[뉴스핌=홍승훈 기자] 자본시장법 통과를 대비해 마련된 대형 증권사들의 증자자금 '총알'이 과연 어떻게 쓰였을까.
대우와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은 채권트레이딩에 상당부분 투입, 재미를 톡톡히 봤고 삼성과 한국투자증권은 차입금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통과가 1년째 미뤄지면서 신규IB부문에 투자하려던 증권사들의 애초 계획은 틀어졌지만 시장상황에 발맞춘 발빠른 대응으로 회사 이익에 기여한 셈이다.
지난해 하반기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긴 곳은 대우증권,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곳이다. 이들이 당시 증자한 규모는 3조 4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조 1200억원을 증자한 대우증권은 증자금액의 상당부분을 국내외 채권투자 및 트레이딩에 쓴 것으로 나타났다. 두 차례에 걸쳐 홍콩법인에 2억 달러를 증자하며 해외사업도 강화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증자이후 홍콩법인 증자와 외화채권 투자 등으로 상당부분 쓰였다"며 "프라임브로커 서비스를 위한 시드머니 출자도 일부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6300억원을 증자한 우리투자증권 역시 증자자금을 채권운용부문과 해외법인 투자에 가장 많이 썼다. 시장침체로 애초 계획했던 PI(자기자본투자)쪽에는 집행되지 않았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어떻게 쓸지 여러 고민을 한 끝에 IB분야보다는 강점이 있는 트레이딩쪽으로 활용했다"며 "이 외에 홍콩법인 증자 등 기존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전해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전통 IB사업모델이 도전을 받고 있긴 하지만 결국 위험자본을 다루고 우리 경제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것은 증권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때문에 트레이딩과 언더라이팅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봤다"고 덧붙였다.
5600억원 가량을 증자한 현대증권은 이 가운데 80% 이상인 4700억원을 단기채권운용에 활용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저축은행(대영상호저축은행) 인수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는 달리 상품운용 보다는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한 증권사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자자금(7300억원) 중 콜머니 상환에 3878억원, 차입금상환에 200억원, CP(기업어음) 상환에 2600억원을 활용했다. 헤지펀드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로는 622억원을 썼다.
4000억원 남짓 증자한 삼성증권도 당초 계획했던 헤지펀드 시드머니 출자로 수백억원 가량을 넣었고 나머지는 단기 차입금 상환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채권등 상품운용에는 일절 넣지 않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헤지펀드 시드머니 출자와 단기 차입금 상환에 주로 자금을 활용했다"며 "여타 증권사들처럼 상품운용에는 일체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