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강세 감안…사업계획 수립 어려워
[뉴스핌=김홍군ㆍ노종빈ㆍ배군득 기자]대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환율하락까지 더해지며 매출목표와 투자, 고용 등 사업계획을 짜는데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내년 원ㆍ달러 환율이 올해(1100원대) 보다 낮은 1050~1100원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아직까지 내년 투자나 고용 등 주요 경영 계획과 관련, 특별한 변동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도 최근 내년 주요 투자계획은 아직 변동된 것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집행 시기를 다소 늦추는 등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검토할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지난 10월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내년 환율전망은 대략 1050원대에서 1100원대 정도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원화강세 흐름을 일부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각 계열사가 경영 계획 및 자금 상황에 따라 신축적으로 대응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내년 경영 계획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글로벌 경기 추세를 주시하며 탄력 대응할 방침"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내년 환율을 1076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사업계획 초안을 마련했지만, 최근 환율 전망치를 1050원대로 수정하며 사업계획도 다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출비중이 70~80%에 달해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0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매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년 사업계획은 연말에 가서야 확정될 것”이라며 “다만,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율전망도 좋지 않아 품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등 내실경영 위주로 사업계획이 짜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지난달 발간한 ‘2013년 경영환경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8080만대로 올해(7815만대)보다 3.54%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예상되는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올해(5.9%)보다 2.5%포인트 낮은 수치다.
포스코는 내년 원ㆍ달러 환율을 올해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POSRI)는 최근‘2013 경제ㆍ산업 전망’을 통해 내년 원ㆍ달러 환율이 연평균 108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 측은 “경기 부진 지속 예상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며 “국고채 등 시장금리는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는 환율 변화 보다 수요산업 부진 및 공급 과잉 등 올해와 비슷한 대외여건이 내년 경영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시나리오 경영을 하고 있다. 현재 경기 부진 심화를 가정하는 S4 시나리오 맞춰 경영계획을 수립 중이며 내년에는 S4 혹은 약간 완화된 S3 시나리오 경영을 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유연탄과 철광석 등 원료 수입물량 결제에 사용하는 내추럴 헤지(natural hedge) 방식으로 환율 급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추럴 헤지는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로 수입 원자재를 결제하는 방법이다. 삼성전자 등 수입과 수출이 많은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SK그룹은 내년 환율전망 및 사업계획 수립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SK 관계자는 “사업계획은 관계사별로 통산 1월 말쯤 이사회와 위원회 조직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며 “내년 환율은 올해 전반적 경제상황이 바닥을 쳤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