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력 대선 후보 KAI 매각 반대 입장
[뉴스핌=서영준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유력 인수 후보였던 대한항공이 불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양호 한진 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가 KAI 인수를 위한 청사진은 물론 분명한 의지까지 밝힌 상태에서 대한항공이 '본입찰 불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17일 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KAI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는 현대중공업이 단독으로 참여, 유찰되게 됐다. 이에앞서 대한항공은 1·2차 예비입찰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KAI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대한항공은 KAI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 불가와 부산과 사천을 중심으로 항공우주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며 KAI 인수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런 대한항공이 정작 본입찰에 불참했다. 대한항공은 포기이유로 '고평가된 KAI 가격'을 들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KAI 실사 결과 주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KAI를 적정 가격에 인수해 항공우주 산업을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이 가격적 측면을 들어 본입찰에 불참을 선언했지만, 일각에서는 또 다른 말못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열린 대선후보자 TV토론회가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중론이다.
본입찰 전일 열린 18대 대선후보자 3차 TV토론회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KAI 매각과 관련된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문재인 후보는 "사천의 KAI 항공우주국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무산하고 KAI를 민영화 하려고 매각 작업 중에 있다. 국가 장기 비전을 갖고 지원해야만 뒤처진 항공우주 기술을 살리고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KAI 매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셈이다. KAI 민영화 자체가 우리나라의 항공우주 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 못박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 역시 KAI 매각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 후보는 "KAI를 중심으로 사천·진주 일대에 클러스터 만들어야 한다. 공약에 있다"며 "민영화 과정서 여러가지 이야기들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설명대로라면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는 경상남도에 자리잡아야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이미 부산시와 제2 테크권센터 설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항공우주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합의했다. 박 후보 역시 사실상 대한항공의 계획을 반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을 겨냥, 두 유력 대선 후보가 KAI 매각에 반대함에 따라 대한항공이 분루를 삼키며 '본입찰 불참'이라는 카드를 꺼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KAI 매각 이야기가 나올 때 부터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며 "어떤 형태로든 대선후보들의 발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서영준 기자 (wind09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