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 넘는다" vs. "2200도 어렵다"
[뉴스핌=정경환 기자] 올해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놓고 증권가 전문가들 간에 큰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낙관론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주가 수준을 볼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신중론은 작년과 같은 고만고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내 놓은 올해 코스피 예상 고점은 최고 2554와 최저 2150으로 40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난다.
이 같은 시각의 차이는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 중 어느 부분을 더 크게 보는가에서 비롯됐다. 낙관론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을 강조한 데 반해 신중론은 기업 이익에 보다 주목했다.
올해 코스피 고점을 높게 잡은 증권사는 HMC투자증권, KTB투자증권 그리고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들은 2400선 이상 고점 전망치를 높였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한국 주식시장은 성장에 대한 기대보다는 유동성 측면의 글로벌 자산가격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더욱 크게 반영될 것"이라며 "코스피 범위는 PER 8배에서 11배의 등락과 3~9%의 이익 증가율을 감안해 1755~2554p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기존의 누적된 통화공급과 추가된 미국의 3차 양적완화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산가격 상승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매크로팀장 역시 "재정절벽은 일정 상 시한이 있는 반면, 유동성 확대(QE3)는 기본적으로 한도가 없다"며 "내년 증시 환경이 시간이 흐를수록 재정절벽 위험보다는 유동성 확대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도 대동소이하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가 지속되고 있어 자금이 채권보다는 주식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전문위원은 "국내 기업 이익은 2009년에 이미 2007년 수준을 회복했고, 2010년에도 크게 증가했다"며 "2011년부터는 이익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이익의 안정성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저금리, 달리 말해 채권가격의 강세는 주식의 상대적인 매력을 높이고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올해 코스피 예상치 중 가장 낮은 수준(2150)을 제시한 교보증권은 유동성보다는 기업 이익에 주목하며, 성장세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예상 순이익(현재 약 120조원)을 사용해 적정지수를 산출하면 적정 코스피는 약 2190"이라며 "현재 지수 수준과 그 격차가 큰 데 이는 현재 국내증시의 저평가 정도가 심하다기보다 이익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와 올해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99조6000억원과 121조6000억원이지만 과연 올해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작년 연간 순이익이 현재 컨센서스와 부합된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순이익 컨센서스는 약 10~15% 하향 조정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 고점을 2250으로 제시한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증시를 전반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보나, 유동성보다는 경기 회복에 힘입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유동성 확대 효과 없을 수 있고, 그 간의 유동성 확대로 경기 자체가 탄력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1년 전 2012년 증시 전망에서 증권사들은 연간 코스피 예상 밴드를 대체로 1700~2300 수준을 예상했다. 실제 지난해 코스피 저점과 고점은 각각 1769.31(7월 25일)과 2049.28(4월 3일)이었다. 낙관론이 틀린 셈이다.
당시 증권사 예상치 가운데에는 1750~2150p를 제시한 교보증권이 가장 실제와 근접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