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한불 껐으나 건설경기 침체로 재발 가능성
[뉴스핌=김홍군 기자]두산그룹이 위기에 빠진 두산건설을 구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지난 2007년 밥캣 인수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두산은 이번에 1조원 규모의 지원을 통해 두산건설을 위기에서 구원하고, 그룹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지원으로 급한 불은 끄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건설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1조216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두산건설은 4500억원의 규모의 유상증자와 두산중공업 배열회수 보일러(HRSG) 사업 양수(5700억원) 등을 통해 1조2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자체적으로도 보유자산을 매각해 1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두산건설 유상증자에는 대주주인 두산중공업과 함께 오너 일가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이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통해 두산건설 살리기에 나선 것은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미분양 등 주택사업 부진으로 4491억원의 영업손실과 65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영업적자 3087억원, 당기순손실 2942억원) 보다 적자폭이 확대된 것으로, 부채비율은 546%까지 치솟았다. 순차입금도 1조7280억원에 달한다.
두산건설의 위기는 두산그룹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9조6272억원, 영업익 5948억원, 당기순이익 14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익은 전년 대비 각각 4.1%, 9.2%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두산건설의 실적악화에 따른 지분법 평가손실로 전년 대비 94.4% 급감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1년 두산건설의 3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때에도 22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두산 관계자는 “자본확충으로 두산건설이 정상화하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두산중공업은 현재 국내외를 합쳐 약 2조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자금흐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이번 조치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은 "두산건설이 현금을 포함해 두산중공업으로부터 총 8771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게된다"며 "약 1500억원 상당의 논현동 사옥 유동화 등 자구안을 포함해 총 1조원 규모의 현금이 유입돼 유동성 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원 동양증권 연구원도 "두산중공업은 본사로의 유동성 위기 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지원을 통해 두산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느냐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유동성 문제를 불러온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만큼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 투자자산이 계속 커지고 있는데 주택비중이 큰 건설사들의 시장 PER이 0.6배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별로 매력없는 비즈니스에 대규모 자금을 또다시 투입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