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계층에 편중" 지적도
[뉴스핌=이강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 챙기기가 본격화되면서 은행권의 서민행보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저소득층 등에게 우대금리를 얹어 적금 금리를 더 주는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가입대상이 한정돼 있지만 고금리의 혜택은 놀랄만하다.
다만, 올해 은행권의 가장 큰 화두가 저성장·저금리,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라는 점에서 친(親)서민 기조의 소외계층 정책성 상품에만 너무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단적으로 은행들의 신상품이 부족하다보니 최근 16개 은행들이 일제히 판매에 나선 재산형성저축은 일주일만에 73만계좌가 개설되는 과열양상을 띠고 있다.
◆ 소외계층 대상 고금리 상품 잇따라 출시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최고 연 7.5%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적금 상품을 내놨다. 가입대상이 한정된 적금이지만 연 4%대 금리를 적용받기도 쉽지 않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눈길을 모은다.
'KB국민행복적금'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적금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소년소녀가장, 북한이탈주민, 결혼이민여성, 한부모가족 지원대상자, 근로장려금수급자 등이 대상이다. 어려운 이웃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이 적금은 월 최고 50만원 범위 내에서 정액적립식 또는 자유적립식으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금리는 기본이율 연 4.5%에 정액적립식은 연 3.0%p, 자유적립식은 연 2.0%p의 우대이율을 적용해서 최고 연 7.5%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서민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고금리 예금과 적금을 개발해 보라며 은행들을 불러 권고하면서 만들어진 'KB행복만들기적금(최고 연 7.0% 금리)'를 확대한 성격이다.
사실 최고 연 7.5% 금리 제공은 우리은행이 먼저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0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우리희망드림적금'도 최고 연 7.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적금은 지난 12일 기준으로 4580계좌에 33억원이 쌓이는 실적을 기록 중이다.
우리희망드림적금도 기초생활수급자,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등 연소득 1200만원 이하 근로자가 가입할 수 있다. 월 최고 30만원 범위 내에서 납입가능하고, 정기 또는 자유적립식 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이 적금의 기본이율은 연 4.0%로, 만기해지 시 연 3.5%p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고 연 7.5% 금리를 적용한다. 결혼, 출산, 입학, 사망의 사유로 중도해지 시에는 신규 시 약정한 기본이율을 적용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보다 더 파격적인 고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있다. IBK기업은행의 '신(新)서민섬김통장'이다. 최고 연 8.2%의 고금리를 받는다. 이 역시 기초생활수급자나 소년소녀가장이 가입대상으로, 3년 만기 적금에 가입하면 기본이율 연 4.2%에 우대금리 4.0%p를 적용받는다.
◆ 상담부터 저금리 대출까지..서민금융 활동 눈길
은행들은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민들의 금융상담을 지원하기 위한 창구 개설이다.
국민은행은 전국 주요 지점에 상당창구를 개설해 운영하는 한편, 지난달에는 인터넷을 통한 서민금융 클리닉도 개설했다. 은행창구를 방문하기 어려운 서민층에게 상품부터 부채 관리 방안까지 전문가의 맞춤형 안내가 이뤄진다.
같은 맥락에서 신한은행도 서민금융 상담을 위한 전용 콜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40여명의 전담팀을 꾸리고 별도의 전화번호도 만들었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과 맞춤형 서민금융상담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은행들은 최근 금감원이 모든 시중은행에 '10%대 소액대출'을 출시하도록 권고한 마당이어서 저금리 대출상품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대출 대상은 신용도 7~8등급에 한도는 500만원 이내로 방향이 설정돼 있다. 새희망홀씨대출 등을 확대해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다만, 이런 은행들의 지원책이 박근혜 정부와 호흡을 맞추려다보니 소외계층 등에만 너무 특정돼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근로자 등 보편적 서민층이 관심을 가질만한 신상품 개발은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성장, 저금리, 장기화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리스크 관리를 어느 해보다 중요한 경영방침으로 설정하고 있다"며 "대출이나 예·적금의 혜택을 너무 넓히면 그만큼 건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8년 만에 부활한 재산형성저축은 이달 6일부터 판매에 들어가 12일 기준, 16개 은행에 73만2000개의 계좌가 개설되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연소득 5000만원 수준의 서민층에게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은 그리 많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