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키프로스의 위기에 러시아 자금이 때 아닌 비상 사태를 맞았다.
구제금융 조건인 예금자 과세안이 실제 이행될 경우 대규모 현금 자산을 보유한 부호의 예금액은 물론이고 불법 자금까지 한 차례 대규모 이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러시아의 알파은행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키프로스에 예치된 러시아 불법 자금이 7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이 키프로스 은행권에 예치한 자금이 19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대형 은행이 키프로스에 개설한 신용라인이 138억달러에 이르고, 키프로스 현지 자회사를 통해 러시아 상업은행이 보유한 자금이 지난 2011년 말 3억74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정책자들의 예금자 과세 움직임이 전해지자 러시아 예금자들은 이미 이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키프로스 은행권이 20일까지 임시 휴업을 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현지 법률회사 케인 제노폴루 앤 어소시어츠의 토마스 케인 대표는 "러시아 기업 고객들이 꼬리를 물고 이메일과 전화로 현재 상황과 대처 방안을 문의하고 있다“며 ”이들은 법적 대응과 함께 예금 인출에 나설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금자 과세에 대한 루머가 돌기 시작한 최근 10일 사이 이미 20억유로(26억달러) 규모의 러시아 예금이 이탈했다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러시아 자금이 런던과 스위스 또는 중동 지역으로 이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률회사 호건 로벨스의 마이클 후 파트너는 “이번 키프로스 사태는 시장에 한 차례 폭풍을 몰고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뱅크런이 본격화될 경우 키프로스의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더욱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EU 정책자들은 이번 구제금융 지원의 일부로, 러시아 정부에 기존의 25억유로 규모 채무 만기를 5년 연장하는 한편 이자를 탕감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