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보 우량기업에만 보증…창조금융과 정면 배치
[뉴스핌=김연순 기자] 지난 22일 대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벤처·중소기업의 창업·성장생태계 조성을 위한 간담회 현장.
벤처·중소기업 CEO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너나 없이 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지원의 어려움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윙쉽테크놀로지 강창구 대표이사는 "고객 대부분이 국외에 있고 1조~2조 정도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는데 현재 수출실적은 없지만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사업"이라면서 "무역보험공사,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계약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따른 CEO는 "초기 투자한 기관이나 은행이 일정 기간 지나면 빠져나간다"면서 "엄청난 지원자금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장 밀접한 자금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도"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이달 22일 열린 '벤처중소기업 창업·성장생태계 간담회' 중 발제를 듣고 있다. |
금융당국이 창조금융의 핵심으로 벤처·중소기업의 창업·성장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현장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부 보증기관들은 여전히 신용이 우수한 우량기업에만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발간한 '보증기금사업 평가'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낮은 비우량 기업에 대한 보증지원 혜택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보증기금에서 2011년까지 신규(증액) 보증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등급별 지원 내용 조사 결과다.
신용등급이 양호하거나 우량한 업체에 대한 보증 비중은 2007년 30.8%에서 2011년 63.5%로 상승한 반면, 신용등급이 보통인 업체에 대한 보증 비중은 2007년 56.5%에서 2011년 29.9%로 줄었다. 보증액으로는 3조625억원에서 2조34억원으로 축소됐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우량 기업에 대한 편중이 심각했다. 기술사업평가등급이 A등급 이상인 비율이 2012년 기준으로 23.1%에 달했다. A등급 이상이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들도 위험을 꺼리면서 정책금융기관의 보증기업만 선호하는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은 아직까지 그림의 떡이다. 오히려 강자만 남는 약육강식 생태계가 창조금융과 정면 배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벤처·중소기업의 창업 등에 있어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자금지원 창구가 신보와 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인 만큼 말로만 그치지 말고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갑 벤처캐피탈협회장도 "정책금융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1%가 부족하다"면서 "은행권을 비롯해 증권, 보험 등에서도 벤처투자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또한 은행장들에게 "기술평가시스템과 지적재산평가시스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지난 5월 초 지식재산보증제도를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면서 "지식재산보유기업에 특화된 보증상품을 개발해서 단계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도 "올해부터 보증연계 투자를 하게 돼 있는데 기보가 하는 투자를 초기기업을 우대할 수 있는 쪽으로 만들어보겠다"면서 "내년부터 보증에서 투자쪽으로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보증기관이 단순한 보증에서 새로운 업무영역을 가지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벤처·중소기업들의 경우 투자자들의 투자방식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쎄트렉아이 박성동 대표는 '중소기업인의 창업·성장스토리'를 주제로 설명하면서 "동료 사업가들은 초기자본을 엔젤투자에서 받을 때 블랙엔젤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면서 "새 정부 들어 엔젤투자가가 과연 누군지,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고 창업경험이 있는지 공개돼야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밴처캐피탈에서도 투자회사가 어려워지면 도망가기보다는 위험을 공유하는 측면에서 보통주에 투자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