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중심의 수입차 시장, 대중화로 중심축 이동
[뉴스핌=김기락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가 수입차 공세에 사면초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과거 고가 중심의 수입차 가격은 국산차 ‘안방’까지 치고 들어올 만큼 낮아졌기 때문이다.
또 엔저를 등에 업고 할인 공세를 하는 일본차에 이어 내달 한·EU FTA 3차 관세 인하를 앞두고 유럽차가 판매 가격을 내리는 등 완성차 업체의 돌파구가 시급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및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완성차 내수 판매량은 56만2466대로 지난해와 견줘 1.5% 줄었다.
수입차는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4월엔 국내 수입차 판매 사상 처음으로 1만3000대 판매 고지를 넘었다. 5월엔 1만3411대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내수 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들었으나 수입차 시장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수입차 가격 변화와 국산차의 경쟁력 저하로 분석하고 있다.
주요 수입차 시장이 과거 6000만~7000만원대에서 지금은 3000만~4000만원대로 낮아졌다. 또 수입차가 일부 부유층의 소비 대상에서 대중화로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했다. 때문에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및 소비자 등 구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엔저를 무기로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달 캠리 판매 가격을 3370만원에서 3070만원으로 300만원 내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캠리는 지난해 1월 출시 후 신차효과가 줄었음에도 가격 인하에 4월 170대 판매량이 5월엔 707대로 수직 상승했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이 지난 4월말 선보인 2490만원짜리 폴로는 지난달 368대 판매, 국산차가 독식하는 소형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폴로 판매 마진을 대폭 줄인 결과다. 국산차 소비자가 차량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캠리 판매량 증가를 통해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등 소비자가 수입차 소비자로 변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차종의 성능 보다 할인 등 ‘돈의 힘’에 의해 구매를 결정하는 양상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수입차 업계가 3000만원대 시장을 비롯해 2000만원대 소형차 시장 등 신(新)시장을 만들면서 시장 장악력을 키운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고가의 수입차 시장이 늘어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 2000만~3000만원대 수입차 시장은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만큼 상당히 빠르게 커질 것”이라며 “국산차 업체는 이 속도를 주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수입차에 대한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성능ㆍ품질ㆍ서비스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최근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더뉴 K5에서 수입차를 염두하고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읽힌다”고 평했다.
한국지엠도 최근 가격을 40만원 내린 알페온 3.0 슈프림 블랙을 선보였으며 르노삼성차는 주행 성능을 강화한 SM5 TCE를 통해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사진 설명 : 위 연도별 수입차 판매표<KAIDA 제공>, 아래 기아차 더뉴 K5<사진 기아차 제공>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