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민주주의 인도자될 수 없어"
[뉴스핌=우동환 기자]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분노로 폭발한 이집트 국민은 결국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이집트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군부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외신들은 "군부가 민주주의를 인도할 수 없다"거나 "이번 사태는 이집트의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6일 자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지는 이집트 무르시 전 대통령은 무능함 때문에 쫓겨났지만 그가 축출되는 과정은 '이집트의 비극(Egypt's tragedy)'이라고 평가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집권 1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정부의 실정에 불만을 품은 전국적인 시위에 직면하면서 결국 군부에 의해 연금된 상태다.
이노코미스트는 무르시 정부가 특히 경제 정책 면에서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무르시 집권 이후 이집트 파운드의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보유고도 줄어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고조됐다. 24세 미만의 청년 실업률은 4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이슬람 정치 세력은 사회를 통합하는데 실패하면서 정치의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가 성숙될수록 사법기관과 언론, 군부와 경찰에 대한 독립성이 보장되지만 무르시 정권은 이 같은 과정을 무시하면서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
하지만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는 점은 이집트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또 다른 비극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투표권 행사가 아닌 정부의 통치권을 직접 무너뜨리는 시도가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주변 아랍국들의 경계심을 자극한 셈이다. 정당한 절차에 의해 성공한 정권이라도 반대편에서는 비민주적인 절차를 동원해서라도 이를 축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어서, "아랍의 봄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무슬림형제단에 의한 1년 통치가 격렬한 종지부를 찍은 것은 단적으로 '쿠데타'를 통해서였다"면서, 이집트의 군대는 민주주의의 지침이 아니며, 오직 이슬람주의자들을 포함하는 평화로운 선거를 통해서만 이집트의 민주주의 미래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집트의 군부가 과거 60년간 이어진 독재정부의 근간이었음을 환기했다.
FT 사설은 무르시 정부의 실패는 유익한 교훈을 줬다고 평가했다. 사설은 "무슬림형제단은 85년간 지하에서 숨죽이면서 권력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고, 결국 집권했지만 이집트 보통사람들에게 일자리와 안전와 전기 수도 등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형제단이 중심이 된 과거식 사회질서로 돌아가려고 했다"면서 "이집트인들의 혁명과 아랍의 봄을 다시 시작할 기회가 연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태 해결을 위해 군부가 전면에 재등장한 것에 대해서 유엔과 미국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아들리 만수르 헌법재판소장를 임시 대통령으로 내세우고 조기 대선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지만 정확한 시기는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군부에 대해 "투명한 절차를 통해 조속히 정권을 민간에 이양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번 군부개입에 대해 즉각 '쿠데타'라고 선언하지 못했다. 매년 15억 달러를 이집트에 원조하는데, 쿠데타를 통해 군사독재 정부가 들어선 나라에는 이런 지원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