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 SI(정보시스템통합)업체들이 하반기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속도를 낸다. 이를 위해 해외사업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사업구조 혁신도 단행한 상태다.
해외시장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미래 비전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크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SI업체들이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사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뤄지는 부분이다. 그룹의 대주주나 계열사의 지분비율이 높은 까닭에 국내 영업이 각종 규제책에 막혔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전형적인 탁상 법안'이라며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은 지난해 일찌감치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기업 SI업체들의 국내 공공 SI시장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지난해까지 국내 공공 SI시장에서 이들 3개 업체가 차지하는 수주는 60% 이상으로, 정부 발주 물량은 무려 80% 수준까지 독식해 왔다.
경제민주화 화두로 각종 규체책이 봇물을 이루면서 그룹 내 매출로 성장해온 이들 SI업체들은 더욱 설자리를 잃어버렸다.
오너일가가 18% 가량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삼성SDS는 그룹 내 계열사 매출 비중이 70%를 넘어선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48%에 달하는 SK C&C는 65%의 계열사 매출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매출 비중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민주화 정책의 어떤 규제에 막혀 얼마나 큰 제제를 받게될지 장담할 수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당장 크게 타격을 받는 부분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공시장이 막히고 내부거래 비중을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해외사업 추진전략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들 SI업체들이 그동안 국내 수주에만 매달려 온 것은 아니다. 다만 그룹 내 매출로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고 공공시장 수주 대부분을 따내다보니 상대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속도가 나지 못했던 것. IBM 등 글로벌 업체들의 공세에 막혀 고전한 측면도 없지 않다.
삼성SDS는 이런 맥락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사업 집중을 통해 2017년까지 매출 2배 성장, 해외사업 매출 비중 60%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명실상부한 월드 프리미어 ICT서비스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다져 나가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이미 총 매출 중 해외 매출 30% 달성은 어느 정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해 경영 방침을 '창의와 혁신을 통한 지속 성장'에 맞춘 것도 이런 이유다. 이를 위해 사업조직도 확대 개편했고, 지난 7월 1일에는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 사업구조 혁신도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삼성SDS는 그동안 국내에서 수행한 전자정부 및 융복합형 SIE(Smart infrastructure Engineering)사업 분야에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스마트 매뉴팩처링, 스마트 타운 등 충분한 역량을 확보한 사업을 중심으로 중국과 중동 지역을 공략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한다.
이미 말레이시아 AFC, 에콰도르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중국과 중동 지역의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
또, 지난해 새롭게 착수한 물류IT서비스 사업 분야도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삼성SDS는 가트너가 발표한 글로벌 IT서비스 순위 기준으로 지난해 33위(2009년 50위)로 뛰어올랐다.
SK C&C도 올해 미국법인과 중국법인 등 주요 해외 법인과 투자회사를 CEO 직속조직으로 재편하는 등 해외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몽골과 중국, 중앙아시아, 미국 등 세계 12개국에 진출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몽골 국가등록청의 '재산권 등록관리시스템(ePRS, Electronic Property Registry System)' 운영을 시작했고 투르크메니스탄 안전도시 구축사업 등 규모가 큰 해외의 IT서비스 사업을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LG CNS도 말레시아 철도 시스템 시장에 진출했고, 중동 전자정부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최근에는 일본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의 IT 아웃소싱 분야 1위 기업인 NTT 데이터와 활발한 교류를 진행 중이다.
최근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보안시스템 수주에 잇따라 성공한 점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전체 매출의 약 15% 수준인 해외사업 비중을 2020년에 50%까지 확대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활동이 다소 위축된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인 해외사업의 비전이 설정돼 있고, 또다른 신사업도 구상되고 있어 계획대로 전략추진이 이루어지면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답을 보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