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마저 끝나면 상황 어려워져
[뉴스핌=이영기 기자] 오는 2014년의 무보증 일반회사채의 만기도래분은 38.9조원으로 올해의 36.6조원 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 시장에서는 진짜 위기는 내년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대목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변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A등급 이하 규모도 15.8조원으로 올해의 15.9조원과 차이가 거의 없다.
19일 회사채 시장에 따르면, 오는 2014년에 만기도래하는 일반무보증 회사채 규모는 38.9조원이다.
지난 2012년의 35.7조원, 올해 36.6조원임을 고려하면 최근 3년간 최대 규모이고 2015년에는 37.9조원으로 내년이 만기도래분으로 보면 넘기 힘든 산고개인 셈이다.
내년에는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QE)축소가 예상되는 등 그간 글로벌 유동성 장세도 끝날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회사채 만기도래분도 최고점이라 일각에서는 내년이 진짜 회사채 위기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불황이 향후 3~4년 지속될 수 있다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본다"며 "다각화가 많이 된 기업군을 중심으로 유동성 압박의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동부그룹 등은 시장의 경고와 채권단의 권유로 강력한 구조조정안을 내놓고 은행권의 지원여력을 선점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셈법이 강한 편이고, 조만간 경기가 좋아져 업황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기업들은 더욱 긴장해야된다는 메시지다.
특히 은행권의 부실채권 증가로 회사채 투자에 대한 경계 심리가 강화되고 그 영향이 A+이하 등급에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현대증권의 민동원 애널리스트는 "3분기 은행 부실채권 비율 및 부실채권 잔액 규모 증가의 시사점 중 하나는 회사채 등급별 양극화 현상의 해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기업여신 부문이 22.1조원으로 가계여신 부문 3.5조원, 신용카드 부문 0.2조원에 비해 전체의 85.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동부그룹, 현대상선, 한진해운, 대한항공 등에 대한 시장의 경고(Warning) 시그널이 명백해졌고 해당 그룹과 기업은 충분히 인식해 채권단과 함께 대책을 세우고 있는 형편"이라며 "하지만 이런 대책과 관련된 그룹 관계자의 발언에서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애널리스트가 지목한 것은 동부그룹 관계자가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불경기가 3~4년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KB투자증권의 정대준 애널리스트도 "철강, 화학, 해운, 조선, 건설 등 주요 5개 산업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성장자산 대비 현금 창출력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투자지출을 줄이면서 어려워진 환경에 대처해 나가는 모습이지만 증가하기 시작한 재무부담을 재무활동으로 채우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이에 정 애널리스트는 "제조업의 디레버리징은 아직 시작되지 않아 기업의 신용버블은 여전히 오는 2014년에도 크레딧 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금리인상 국면에 진입하면 기업들의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가운데 신용위험 기피가 지속된다면 회사채 시장은 내년이 진짜 위기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단순한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만으로 위기를 말할 수 없다는 반대 주장도 있다.
IBK증권의 이혁재 연구위원은 "단순히 상환도래 물량 비교만으로 내년이 더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 동부그룹 등의 자구계획을 보면 시장 우려에 대한 대응책들이 속속 제시되는 셈"이라고 긍정론을 폈다.
이 연구위원은 "신용 경계감이 잦아들면 국채 투자자들도 다시 회사채로 리스크 온 투자자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