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현경 기자·사진=강소연 기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 헤어와 선한 눈망울, 그리고 날렵한 콧날. 어느 하나 흠 잡을 데 없는 미모에 날씬한 다리 라인까지 뽐내는 그. 요즘 가장 핫한 코너 ‘전설의 레전드’로 주말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여자보다 예쁜 남자 김대성(30)을 만났다.
김대성은 KBS 2TV 개그콘서트-전설의 레전드 코너에서 질투심 많은 여학생 나예리를 열연하고 있다. 앞서 ‘정여사’ 코너에서 허영심 가득한 딸 소피를 선보였던 김대성으로서는 두 번째 도전하는 여자 연기다. 식상하지 않을까 주변의 우려가 분명히 있었을 터. 하지만 그는 이전보다 물오른 미모(?)를 뽐내며 질투심이 강한 나예리로 변신, 큰 웃음을 주고 있다.
“제가 예전에 잠깐 나쁜 여자 연기를 했는데, 그걸 개콘 작가가 보고 저를 나예리로 지목했어요. 저는 ‘전설의 레전드’ 3회부터 출연했는데요. 그 때부터 코너가 인기를 조금씩 얻기 시작했죠.(웃음) 여장을 이전에 한 번 했기 때문에 부담감은 있었지만, 상반된 캐릭터라서 시청자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장 남자. 흔한 개그 소재다. 하지만 김대성이 여장을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주 선을 보이는 여장이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미모에 감탄한다. 김대성이란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붙은 ‘여자보다 예쁜 남자’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재미로 하는 말이죠. 남자가 ‘예쁘다’는 말을 듣는 게 마냥 좋은 의미는 아니잖아요. 근데 기분이 나쁘진 않아요. 재미있어요. 남자가 여장을 하면 보통 남성스러움이 많이 묻어나는데 전 상대적으로 좀 자연스러운 느낌이죠. 제 얼굴을 보고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속눈썹이 화려한 날이에요. 화장이 잘 받는 날도 기분이 참 좋아요. 여자 분들도 그렇지 않나요?(웃음)”
`전설의 레전드` 김대성 [사진=KBS 2TV `개그콘서트` 방송캡처] |
“주로 제가 맡은 역할의 의상을 직접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스트라이프 레깅스도 쇼핑몰에 가서 샀고요. 나예리 캐릭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고양이 스타킹은 후배 안소미가 연습실에서 신고 지나가는 걸 보고 ‘딱이다’ 싶었죠. 사실 동대문에 단골 옷집이 있어요. 공교롭게도 여자 빅 사이즈 옷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인데요. 옷을 사러 가면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해요. 이제는 다들 아시니까 보고는 웃어주시더라고요.”
김대성은 개그콘서트 속 코너 ‘친한 친구’ ‘딸 바보’ 등에서 소심하거나 착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다. 엄마에게 ‘저거 바꿔줘’라며 의지하는 딸 소피와 달리 ‘전설의 레전드’의 나예리는 강한 캐릭터다. 학교에서 전교 1등인 신풀잎(신보라)을 라이벌로 생각한다. 나예리는 화가 나면 잘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분노를 드러내야만 직성을 풀리는 스타일이다. 김대성의 ‘전설의 레전드’ 속 유행어마저도 독하다. ‘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 거침이 없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홍세라(윤세아)의 말투를 비슷하게 갖고 왔어요. 싹수없는 말투를 개그로 사용하면 재밌겠다 싶었죠. 제가 좀 장난스럽고 왈가닥한 면이 많아요. 말도 돌려서하기 보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이죠. 그래서 강한 캐릭터인 나예리 연기를 하는 게 편해요. 오히려 ‘딸바보’에서 약을 털어넣으며 어쩔 줄 몰라하는 착한 캐릭터는 어색해요.”
김대성은 이렇게 그의 본래 성격을 정리했다. 대구 출신에 장남, 그리고 B형 남자. 인터뷰를 마치며 김대성은 여장 연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영화 ‘우리동네’에서 류덕환 씨의 연기를 눈 여겨 봤어요. 선한 얼굴로 저렇게 사악할 수 있나 싶더군요. 지금껏 저도 선한 역을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번에는 완전 반대인 상남자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발전된 캐릭터로 더 큰 웃음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김대성은 공중파 공채 개그맨을 두 번이나 통과한 실력파다. MBC 16기, KBS 22기. 다른 사람들은 한 번도 통과하기 힘든 공채의 문을 두 번이나 열었다. KBS에는 두 번 지원, 마침내 ‘개그콘서트’에 입성했다. 2승을 거둔 김대성에게 뛰어난 연기력의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너무 겸손한 대답 아니냐는 말에 그는 “실력이 완전 없고는 안 된다”며 입담을 뽐냈다. “사실 (지원자들의)실력은 다 비슷해요. 저는 운이 많이 작용한 편이죠. 개그맨이 되기 전에 KBS 신인 개그맨의 등용문 ‘개그사냥’에 먼저 출연했어요. 그 전에 KBS 공채에 응시했는데 떨어졌고요. 1년 동안 ‘개그사냥’으로 연습을 많이 했죠. 이후에 MBC가 먼저 오디션을 실시해서 지원했는데 합격하게 된 거고요.” 당시 김대성이 출연한 MBC ‘개그야’는 '김 기사, 운전해' 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KBS로 이적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예전 ‘개그사냥’에서 함께 했던 동료들과 다시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어요. KBS로 가면 다 잘될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 많더군요. 처음엔 주눅 들기도 했죠. 하지만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연습했어요. 그렇게 스스로를 잘 다독이며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고 그게 큰 힘이 됐어요.” |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사진 강소연 기자 (kang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