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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경제통] 박수현 "아빠는 지금도 약속을 지키고 있다"

기사입력 : 2013년12월23일 10:11

최종수정 : 2013년12월23일 10:11

사회적 약자 위해 일하는 서민 대변자 포부

[뉴스핌=함지현 기자] "지금도 아이와의 약속을 지켜가는 과정입니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뉴스핌과의 인터뷰 도중 말을 잠시 멈추고 주섬주섬 손수건을 꺼내 붉어진 눈을 꾹꾹 눌렀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떠나보낸 아이와의 약속을 언급하던 시점이었다.

박 의원은 결혼 후 오래지 않아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절망에 빠진다. 태어난지 100일이 지나도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이가 '선천성 뇌성마비 발달장애'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부는 충격을 받았다. 마음이 답답하고 절망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마냥 슬퍼만 할 수는 없는 일.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우리의 눈으로 볼 때는 저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걱정되고 캄캄하지만 막상 저 아이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완벽할 거요. 우리는 아이가 건강히 잘 자라게만 옆에서 도와줍시다." 당시 아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했던 말이다. 본인 스스로를 향한 격려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은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후 일어났다. 신촌의 한 대형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맞추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이가 숨을 쉬지 않았다. 그는 온몸이 흥건히 젖어 있는 아이를 들쳐업고 백방 뛰어다녔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의료사고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사고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했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의료사고 증명을 포기하고 사망진단을 받은 아이를 떠나보냈다.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아들 수찬이에게 한가지 약속을 했다.

"수찬아, 아빠가 너와 같은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될게."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이었다.

당시는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확립돼 있지 않은 시기였다.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통은 전적으로 개인의 부담이었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그 방법이 정치라고 생각한 것이다.

사회복지 전문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던 그의 국회 입성은 순탄치 못했다. 당내 계파에 밀려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파산 직전에 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이와의 약속을 마음에 품고 차근차근 길을 밟아 나갔다.

<민주당 박수현 의원 [사진=김학선 기자]>
박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를 신청했지만 국토교통위원회로 배치됐다. 보통 지역구 관련 예산을 많이 끌어올 수 있어 '노른자위'로 불리는 국토위지만 우선 '서민의 주거 안정'에 힘을 쏟았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이 된 후 금전적 부담이 크다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영세서민들을 구제하는 법안들을 가장 먼저 챙겼다.

공공자금을 대출해 공공임대 아파트를 짓는 민간 건설업체가 부도날 경우 아파트는 경매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제3자가 낙찰받게 되면 서민이 대부분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또 보증금을 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500만원에서 1000만원의 적은 돈으로 그 정도의 주거환경을 다시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게 박 의원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는 임대주택 주민의 권리실현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 뒤 임대주택법 개정안과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법률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위해 '보금자리 주택 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후 통과시켰는데, 당시 국회 복도에서 애를 태우던 부도공공 임차인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박 의원은 요즘 또 다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역구인 공주에서 고속버스로 국회까지 출퇴근한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지역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을 것 아니냐고 꾸짖는 한 지역 어르신과의 약속에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1년이 훌쩍 넘도록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약속 이행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고속버스를 통해 지역민들의 불편을 듣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정책 영역으로 확대해 '서민의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박 의원은 아이가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생각만 하면 눈가가 젖어온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다고 잊혀질 수 있는 기억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약속이 잊히려야 잊혀질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약속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지금도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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