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강필성 기자] “지난 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오면서 기업의 최고 덕목은 철저한 준법정신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보다는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국민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를 고민하겠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밝힌 말이다. 당시 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품공급점’의 변종 기업형슈퍼(SSM) 지적에 대해 수긍하고 향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정 부회장의 행보는 논란의 불씨를 지피우고 있이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위드미’를 인수하면서 편의점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6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통해 ‘위드미FS’를 인수를 결정하고 편의점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인수 방법이나 시기, 운영 방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구체적 내용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문제는 포화에 달한 편의점 시장에 유통의 전통적 강자인 신세계그룹이 진출하면서 논란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이에 앞서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홈플러스의 ‘365플러스’는 변종 SSM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골목상권의 비판을 받아온 바 있다.
편의점에서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등 기존 편의점 형태보다 SSM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형태를 취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점을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SSM과 달리 편의점은 유통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신세계그룹이 편의점 사업 진출의지를 본격화한 것도 규제로 인해 출점에 한계를 보이는 SSM이나 대형마트보다 편의점 사업이 확장에 용이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마트가 지난해 초 편의점 사업 진출을 부정했다는 점도 부담거리다.
당시 이마트 측은 “상품을 공급하는 것일 뿐, 편의점 사업 진출은 아니다”라고 밝혀왔다. 결과적으로 이마트의 이같은 입장은 약 1년만에 ‘위드미’를 인수하면서 뒤집히게 됐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위드미’ 인수 건은 2011년 초 이사회서 보고했고 그 다음에 계속 상품 공급을 하느냐 인수하느냐를 두고 고민 해왔다”며 “최근 1년 정도 상품을 공급하며 지켜보다 보니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인수를 확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세계그룹은 오히려 이번 ‘위드미’ 인수가 골목상권 상생을 위해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위드미’는 독립형 편의점으로 기존 대기업 편의점과 달리 가맹본부에 대한 로열티가 없는 순수 개인사업자”라며 “매출을 나누지 않으니 수익성이 높을뿐더러 각각의 편의점이 모두 골목상권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