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보고서…"자본흐름 축소시 심각한 타격"
[뉴스핌=주명호 기자] 신흥국 시장의 경제 불안감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분위기다. 세계 경제가 성장 속도를 점차 높일 것이라는 관측과는 별도로 자본흐름 위축으로 인한 신흥국 경제 위기 발생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작년 5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신흥시장은 줄곧 불안정한 모습을 지속해왔다. 증시는 급격히 하락세를 보였고 각국 통화가치도 일제히 바닥을 향했다.
그때보다 더 큰 혼란이 올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게 15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의 경고다.
WB는 이날 공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돌연한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자본흐름을 최대 80%나 위축시켜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WB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정적 수준의 조정이 나타나면서 신흥시장 내 자본유출도 점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기준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하지만 작년의 경험과 중앙은행 정책의 예측불확실성을 따져보면 충분히 우려할만한 요소라는 분석이다. WB는 정책 변화로 인해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최대 2%p(포인트)나 급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으로 유입됐던 자금도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5월 테이퍼링 우려가 번지기 시작하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며칠 새 1%p나 뛰어올랐다. 이후 6월과 8월 사이 신흥시장에서 빠진 무츄얼펀드 자금 규모는 640억달러에 이른다. 브라질, 인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터키 등 주요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은 급격한 침체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연준이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했을 당시 신흥시장은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지 않았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WB의 앤드류 번스 글로벌 거시경제부문 이사는 "작년 시장 혼란은 약화된 신흥국 경제에 대한 '경고사격'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자본흐름은 대외적 요인들이 크게 좌우한다. WB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 사이 신흥국 유입된 자본 증가분 중 60%가 미 국채금리 등 글로벌 요인이 영향을 받았다. 신흥국 내 포트폴리오 투자나 무츄얼펀드 흐름이 국내 은행대출이나 외국인직접투자(FDI) 등 보다 '테이퍼링'에 더 민감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WB는 동아시아, 유럽, 중앙아시아 등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 자금 흐름이 큰 국가들일수록 위기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더불어 중앙은행들의 정책 변화로 인한 혼란이 단기에 그칠 수도 있겠으나 일부 국가에는 이마저도 심각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WB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점차 속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내놓은데 이어 내년은 3.4%, 2016년에는 3.6%로 성장 흐름이 점점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2.4%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를 기록한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올해 2.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신흥국 또한 작년 4.8%에서 올해 5.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 [출처 : World Bank] |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