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와치독] "50대 애널 사라진 여의도, 이익전망치 믿음도 실종”
지난해 8월 KTB투자증권에서 김한진 박사를 리서치본부 투자전략파트 수석연구위원으로 영입한다는 언론보도에 눈길이 갔다. 나이와 경력을 감안할 때 실무자급 현업복귀 소식은 다소 의외였다.
김 박사는 국내 애널리스트의 은퇴연령인 40대중반을 훌쩍 넘긴 60년생이다. 그를 영입한 정용택 리서치센터장보다 7년 연상이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삼성자산운용 리서치헤드,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등을 이미 역임했다. 그런 만큼 현역복귀 배경이 궁금했다.
3월초 4년여만에 만난 그는 “애널리스트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있고 마침 회사에서 현업복귀 의사를 타진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또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하며 오히려 후배들에게 없는 다양한 경험이 고객들에게 투자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노병(!)의 장점을 강조했다.
아이엠투자증권에서 금융업종을 담당하는 백운 이사도 50대 현역이다. 서울대 82학번으로 과거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재직시 여러 언론사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수차례 선정된 베테랑이다. 한가람투자자문에서 7년넘게 최고투자책임자(CIO)로서 수천억원대 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백 이사는 "은행업종은 다른 업종과 달리 애널리스트 연령이 높은 편"이라면서도 "최근 애널리스트 연령이 내려가면서 은행업종도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지 못한 후배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며 조로화 현상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한 경제주간지에서 선정한 33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균연령은 만 38.6세로 나타났다. 최근 조로화 현상을 반영하듯 45세를 넘긴 수상자는 단 1명뿐 이었다.
금융투자업계의 수익성 악화로 억대연봉자인 애널리스트의 수명 단축은 예견돼 왔다. 그럼에도 베스트 애널리스트조차도 10여년 경력에 불과한 업계현실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자칫 금융투자업계의 기업분석능력에 대한 신뢰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미 기업이익 추정치 정확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금융정보업체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말기준 주요 45개국의 기업이익 추정치 정확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81%로 전체 36위에 그쳤다.
물론 신뢰하락을 애널리스트의 연소화로만 돌릴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경기사이클을 서너차례 경험한 애널리스트와 재무제표 수치로만 판단하는 애널리스트의 분석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6000억원대의 주식을 운용하는 모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젊은 애널리스트가 단기 시장대응에서 우위를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험많은 애널리스트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재계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법제화된 정년 60세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같은 소식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84학번 현역 애널리스트는 "20년넘게 활동한 선배들중 상당수가 40대 중반에 은퇴해서 ‘개미’로 활동하고 있다"며 "베테랑 증권인들의 경험을 활용할 실질적인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50대 베테랑에게 동변상련을 느끼는 기자도 이들을 좀 더 오래 현장에서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뉴스핌=박영암 선임경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