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WM "작년부터 안내·상의 끝난 이슈, 선택만 남아"
[뉴스핌=정경환 기자] 우리나라가 미국과 조세정보를 교환키로 하면서 자산가들의 셈법이 분주해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9일 미국과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 제정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2015년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조세관련 금융정보를 상호 교환하게 된다.
그동안 탈세가 의심되는 특정계좌에 대해서만 자료를 요구해 받아 보던 조세정보교환협정과는 달리 대상 계좌정보를 한 번에 교환할 수 있게 되면서 역외 탈세 추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교환대상은 미국 금융기관에서 연간 이자 10달러 초과 예금계좌와 미국 원천소득과 관련된 기타 금융계좌를 갖고 있는 한국인 금융계좌 정보다. 또한, 한국 내 미국 영주권·시민권자 등 미국인도 5만달러 초과 금융계좌 정보가 자동으로 통보된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 일선 PB(Private Banking) 또는 WM(Wealth Management)센터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 전략에 적지 않이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알려져 온 이슈인 탓에 현재로선 전체적으로 큰 동요는 없는 분위기다.
현권수 하나은행 여의도PB센터장은 "교포사회에서는 이미 몇 년 전에 이슈가 됐었고, 작년 말에는 이번 최종안과 거의 비슷한 안이 나오기도 했었다"며 "어지간한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VIP 고객들은 벌써부터 안내를 다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슈 성격 상) 은행 입장에서 대응 전략을 권할 만한 것이 못되는 것 같다"면서 "고객 개개인이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만 남았기에 우리로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선태 하나대투증권 WM지원팀장도 "이미 예전부터 알려져 왔던 것이라 자산가들마다 개별 대응해 왔을 것"이라며 "우리 팀에서도 작년부터 세무사와 상의하며 준비해 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대체로 분위기는 차분한 가운데서도, 부분적으로는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조세정보교환협정의 주 대상인 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 보유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김재언 KDB대우증권 WM본부 파트장은 "민감한 부분이라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며 "사안에 따라서는 세무조사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어 이번 조치의 영향과 향후 방향 등에 대해 고객들이 궁금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나아가 고액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오성섭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구체적인 액션을 취하진 않고 있으나, 문의는 많이 오고 있다"면서 "미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상인 탓에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KDB대우증권 김주연 세무사는 "이번 조치로 인해 고객들이 느끼는 불안의 핵심은 과징금"이라며 "이번 협정이 소급 적용됨에 따라 과거 탈세 부분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과징금이 얼마나 될지가 두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액 자산가들은 기준 금액 이하로 자산을 쪼개서 나눠 예치하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 영주권을 포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