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개 국가 가운데 전년 대비 인플레 하락 3분의 2 달해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중앙은행이 이른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졌다는 진단이 나왔다.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ECB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연율 기준 0.5%까지 떨어졌지만 당장 디플레이션에 빠질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입장을 반복, 유로존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경고다.
(사진:AP/뉴시스) |
월가의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이 지극히 저조한 현실과 달리 목표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중앙은행의 고집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이단 해리스 글로벌 경제 리서치 헤드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중앙은행이 저 인플레이션이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실상을 외면한 태도”라며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보다 높아지는 동시에 장기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수요가 둔화되는 한편 값싼 노동력을 둘러싼 신흥국간의 경쟁이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시전 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최고경영자 역시 “중앙은행의 목표치 뿐 아니라 시장의 예상보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국가가 상당수에 이르며,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10일(현지시각) JP 모간에 따르면 지난 2월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2%를 기록해 미국 금융위기로 인한 침체 당시인 2009년 말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또 121개 국가 가운데 1년 전에 비해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국가가 3분의 2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부터 투자자들은 이미 저조한 인플레이션에 반응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미국 물가연동채권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서 4억364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이번주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회의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주 장기간 지속되는 초저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