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원화강세 따른 물가영향, 좀 더 지켜봐야"
[뉴스핌=우수연 기자] 최근 이어진 원화 강세가 한국은행 소비자물가 전망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며 4월 수출물가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고,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수입물가도 4년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에서는 이번 수출입물가 하락 대부분을 환율에 의한 효과로 해석했다. 4월 중 원/달러 평균 환율은 달러당 1044.55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9%, 전월대비 2.5% 하락했다.
4월 중 수입물가는 전년비 0.3% 계약통화기준(주로 달러화)으로, 같은 달 수입물가는 전년비 0.3%하락에 그쳤다. 원화기준 7.0% 하락과는 크게 차이나는 수치다.
최근 5년간 수입물가지수·소비자물가지수 추이 <출처=한국은행 ECOS> |
◆ 한은 "원화 강세 따른 물가영향, 좀 더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되면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4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월 전망보다 0.2%p 하향 조정한 2.1%로 전망했다.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이 지속되며 한은의 소비자물가 전망이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원화의 가치가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원자재나 중간재를 수입할 수 있고, 이는 곧 생산 제품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은 좀 더 싼 가격에 재화를 구매할 수 있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둔화된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물가전망을 내놨던 4월 초와 지금의 환율 수준이 많이 달라져 새롭게 반영을 해야 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올해말 GDP갭이 플러스(+) 전환하면서 수요가 견인한 인플레이션이 2%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원화가 강세로 가면 수출 부진이 이를 상쇄하면서 7월에는 또다시 물가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원론적으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으나, 환율 하락이 장기화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박세령 한은 물가통계팀 팀장은 "환율이 장기간에 걸쳐 하락해 수요요인이 떨어진다면 기업이 가격에 반영을 하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수입가격 하락이 판매 가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적으로 수입물가 하락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려면 지금 같은 강세 기조가 좀 더 장기화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실제 제품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것. 싼 가격에 원자재를 수입하더라도 기업이 판매 가격을 낮추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보통은 원화 강세가 나타날 때 (약세보다) 가격에 대한 민감도는 떨어진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가격을 낮췄다가 다시 올리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 원화강세 따른 저물가, 금리 인상 시기 늦추나
한은의 전망을 벗어나 올해 하반기에도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면 아무래도 한은이 기준 금리 인상을 서두르기에도 부담이 따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에 따른 저물가가 통화정책 결정에 고려 대상임에는 분명하나, 금리 인상을 늦출만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은 "과거 추정치를 봤을때 원화가치가 10% 가량 올랐을 때 소비자물가를 0.2~0.4% 정도 낮추는 효과가 발생했다"며 "하지만 연평균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의 환율 하락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와 한은이 환율 조정의 목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기보다는 직접적인 시장개입 같은 미시적인 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외에서 수입해서 바로 판매하는 소비재의 경우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소비자물가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하지만 원자재나 자본재 등은 분기별 혹은 연도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환율 효과는 6개월 이상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재나 자본재 가격이 낮아지면 생산비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6개월 가량을 시차를 두고 일부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물가보다도 원화절하를 유도하기 위해 금리 인상이 늦춰지는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낮아지면 통화가치 측면(원화 절하 유도)에서 금리 인상을 늦추게 되는 부분이 더욱 클 것 같다"며 "환율 하락에 따른 저물가는 2차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