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지며 휴가 반납..글로벌 현장경영 집중
[뉴스핌=이강혁 기자] 하반기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그룹 총수들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속속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풀어야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안들을 직접 부딪치며 해결사 역할에 팔을 걷고 있다. 총수들의 구슬땀에 전문경영인(CEO)들도 휴가를 반납하고 출근하면서 사실상 재계 전반은 여름휴가를 잊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대내외 경영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세계 곳곳이 분쟁으로 얼룩지면서 우려감이 커진데다 환율 변동 등 시장 여건도 불안감을 더한다. 중국과 인도 등 국내 기업들의 성장동력원인 신흥시장마저 현지업체들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더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삼성과 현대차, LG전자, 대한항공 등 국내 주요그룹 총수들은 대다수가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 2분기 실적충격으로 위기감이 높은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 부재상황을 고려해 이재용 부회장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현재 귀국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 현지에서 주요 거래선 최고경영자들과 만나며 시장 상황을 꼼꼼하게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초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미디어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귀국 2주 만에 다시 미국 출장에 나선 것으로 여름휴가는 사실상 반납한 상태다. 특히 지난 6일 삼성과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9개국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하기로 합의한데는 이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삼성에서 공식적으로 이를 확인하지는 않았으나 이 부회장이 애플의 팀 쿡 CEO를 만나 이번 합의를 조율한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행보에 나선 동안 삼성그룹 경영진은 대부분 휴가를 반납하고 출근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휴일이던 지난 3일 하루 출근하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권오현 부회장 등 대다수 CEO는 휴일까지도 모두 출근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번주 현대차와 기아차 등 그룹의 공장들이 일제히 하계휴가에 들어갔지만 정몽구 회장은 지난 5일 미국 출장에 나서며 현장경영에 강화했다. 미국 시장의 성장 둔화와 업체간 경쟁심화, 환율 변동 등 현안을 정면돌파할 대응책을 찾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출장길에 "미국 시장의 변화에 흔들리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라"며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브랜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정 회장의 출장에는 김용환 전략담당 부회장과 양웅철 부회장(연구개발담당), 신종운 부회장(생산기술담당)이 동행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정 회장의 출장에 대비해 양재동 사옥에 머물며 국내 경영상황을 챙기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중국시장을 직접 챙기기 위해 출장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구 회장은 휴양지를 찾는 대신 자택에서 경영구상을 하며 짧은 휴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말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중국 고위 인사들과 교류에 나설 채비로 분주하기 때문이다. 이 준공식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LG 경영진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호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은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책을 진두지휘하며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최근에는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항공 등 계열사 보유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 이번 지분정리는 지난 6월 종료된 한진해운홀딩스의 인적분할 및 합병작업의 후속조치로 한진그룹은 이에 따라 정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조 회장은 지난달 에쓰오일 지분을 2조원에 매각하는 등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해왔다.
이밖에도 총수가 부재중인 SK그룹, 한화그룹, CJ그룹의 CEO들은 대부분 휴가계획을 특별히 잡지 않고 출근경영에 나서고 있다. 효성그룹 역시 조석래 회장의 재판과 형제간 검찰 고발건으로 이상운 부회장 등이 휴가를 반납한 채 비상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한 그룹사 임원은 "대내외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CEO들의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임직원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있다"며 "다만 휴식도 일의 연장인데다 내수 활성화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만큼 직원들의 여름휴가는 눈치보지 말고 사용하도록 독려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