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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애의 온도` 김민희와 이민기 [사진=영화 스틸컷] |
“많은 연인들 중 82%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대. 그 중에 계속 만나게 될 확률은 3%래. 나머지 97%는 다시 헤어진대. 같은 이유로. 우리가 그 3%안에 들 수 있을 것 같아?”
이는 한 번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푼 영화 ‘연애의 온도’의 명대사다. 영화 속 두 사람은 다시 만남을 시작하지만 결국 씁쓸함을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걷는다.
구관이 명관일까?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를 살펴보면 현재의 연인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과거의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 주인공을 볼 수 있다. 과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여자와 남자는 현실에도 모자라 브라운관에도 존재한다. 한 여자를 중심에 둔 現(현) 남친(남자친구)과 舊(구) 남친이 엮인 삼각로맨스의 힘과 극중 남녀의 심리 상태를 들여다본다.
◆드라마 속 현재와 과거 사이의 삼각관계, 콘텐츠의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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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마이 시크릿 호텔`에 삼각관계를 이루는 구해영(진이한), 남상효(유인나) 조성겸(남궁민)의 삼로맨스가 극을 이끌고 있다. [사진=CJ E&M] |
두 드라마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특히 여성 시청자에게 화제를 몰고 있다. 시청자는 마치 자신의 일인양 공감하고 슬퍼한다. 간혹 자신이 여자 주인공이 되어서 두 남자를 평가하기도 한다.
한 여자를 두고 펼치는 현재 男와 과거 男이 엮인 삼각 관계구조는 콘텐츠의 가치로 봤을 때 남다른 의미가 있다. tvN 콘텐츠운영담당 정형진 국장은 “연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남녀의 갈등은 무조건 발생한다. 특히 한 여자를 두고 현재와 과거의 남자가 벌이는 삼각 로맨스는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형진 국장은 “과거의 이야기가 매개체가 돼 자연스러운 갈등 구조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점이 스토리라인에 힘을 싣는다”고 했다.
보통 미니시리즈의 경우 여자를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마이시크릿호텔' '연애의 발견' 류의 드라마 갈등 구조가 여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정형진 국장은 “아무래도 미니시리즈의 주 시청자가 젊은 여성층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의 상황을 시청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주 시청자인 여성의 공감을 끌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아침드라마나 일일드라마의 경우 한 남자를 두고 두 여자가 팽팽한 기 싸움이 일어난다. 이와 관련해 정형진 국장은 “아침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주부다. 주 시청자의 현실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 혹은 이들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재미를 위해 약간의 막장 요소와 함께 격한 설정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한여름과 남상효의 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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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연애의 발견`에서 한여름(정유미)의 현재 남자친구인 남하진(성준), 과거의 남자친구인 강태하(문정혁)의 삼각관계 로맨스 갈등이 절정을 치닫고 있다. [사진=제이에스 픽쳐스] |
갑작스럽게 등장한 과거의 연인에 갈팡질팡하는 남녀의 이야기는 최근 '연애의 발견'과 '마이 시크릿 호텔'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존재했다.
영화 ‘연애의 온도’를 비롯해 ‘시라노 연애 조작단’(2010) SBS 드라마 ‘연애시대’(2006) KBS 2TV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2008) 현재 방영중인 KBS 2TV ‘연애의 발견’을 집필하고 있는 정현정 작가의 tvN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1,2,3까지.
‘연애의 발견’의 한여름과 ‘마이 시크릿 호텔’의 남상효는 과거의 남자인 강태하와 구해영에게 다시 돌아가게 될까? 이와 관련해 남녀의 심리 구조를 김동철 심리학 박사가 의견을 전했다.
김동철 심리학 박사는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가 과거의 남자에 흔들리는 심리는 “과거의 남자가 좋고 싫고를 떠나서 여자의 ‘좋아한다’는 개념은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좋아하는 경우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자친구가 있는 예전의 여자 친구에게 다시 다가가는 남자의 심리는 “경쟁관계에 따른 심리가 작용된것”이라며 “남자는 사랑보다 쟁취가 목적이다. 자신이 버린 것에 타인이 탐내는 것을 보고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과거의 남자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87%정도다. 이에 대해 김동철 박사는 “행복함에 대한 만족감”이라고 밝혔다.
김동철 박사는 “여자는 현재의 남자가 잘 해주기 때문에 굉장히 행복하다. 이 상태에서 과거의 남자가 접근했을 경우 여자는 현재 족하기 때문에 과거의 좋지 않았던 일은 다 잊고 오히려 현재보다 더 좋았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 옛남자와 현재의 남자를 지켜보는 시청자
그렇다면 현재의 연인과 과거의 연인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유, 그리고 이 같은 이야기에 시청자가 반응하는 심리적 상태는 어떨까?
이에 대해 김동철 박사는 “사람은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 한다. 이 대리만족 중에서 이미 다 경험해본 것과 앞으로 경험할 것 두 가지다. 즉, 이 드라마와 관련해서 보자면 사람은 상처를 받고도 주고도 싶은 심리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처도 학습을 통해서 치료하고 극복할 수 있고 이는 시각을 통해서 전달될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의 뇌가 가상 체험을 하는 것”이라며 “현실에 가까울수록 자기와 이야기가 유사할수록 가상 체험 몰입도가 높다. 특히 여성일수록 자신과 밀접한 생활 이야기에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이 시크릿 호텔'과 '연애의 발견' 결말에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정현정 작가가 앞서 집필한 ‘로맨스가 필요해’ 3 시리즈 모두 과거의 연인에게 돌아간 여자의 이야기로 결말을 냈기 때문에 일부 네티즌들은 동일한 작가의 작품인 ‘연애의 발견’도 옛남자에 돌아갈 것이라는 결말로 예상하고 있다. 한여름도 과거의 남자 강태하를 선택하지 않을까하는 우려 아닌 우려를 사고 있는 것.
종영까지 2회를 남겨둔 ‘연애의 발견’은 한여름과 강태하가 과거 연인이었음을 알게된 남하진의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은 한여름의 선택에 애가 타고 있다.
중반부를 달리고 있는 tvN ‘마이시크릿호텔’은 구해영이 남상효에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담아 프러포즈하지만 남상효는 조성겸에 조금 더 기울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애증의 끈을 놓지 않는 남상효와 구해영의 관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서 두 남녀가 행복할 확률 3%. 97%의 확률을 이길 수 있을지 한여름과 남상효의 결말을 지켜볼 일만 남았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