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월 1877억유로 이탈, 유로존 출범 후 최대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로존 금융자산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돼 주목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디플레이션 대응책이 초래한 결과로, 당장은 유로화 약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고개를 들었다.
28일(현지시각) ECB에 따르면 지난 3~8월 사이 채권을 필두로 유로존 자산 시장에서 국내외 투자 자금이 1877억유로(2390억달러)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처:블룸버그통신] |
ECB에 따르면 8월 한 달에만 국내외 투자자들이 491억유로에 달하는 ‘팔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화 강세는 ECB가 디플레이션 리스크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한 부분이다. 때문에 유로화 하락은 ECB의 디플레이션 대응에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반길 일이 아니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자산 시장이 브레이크 없는 자금 유출이 지속될 경우 오히려 실물경기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NP 파리바의 필리스 파파다비드 외환 전략가는 “해외 투자자뿐 아니라 유로존 내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자산 매도 움직임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유로화가 크게 하락 압박을 받고 있고, 10개 선진국 통화 가운데 유로화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BNP 파리바는 유로화가 현 수준에서 7.1% 추가 하락, 내년 말 유로/달러가 1.18달러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즈호 은행의 닐 존스 헤지펀드 영업 헤드는 “유로화 약세는 유로존 정책자들의 희망 사항인 동시에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당장은 유로화 약세에 따라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지속적인 자금 유출은 경제 전반에 악재”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ECB의 목표 수준인 2.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미 일부 주변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데다 독일 경제 지표마저 연이어 후퇴, ECB의 강력한 부양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부양책에 대한 기대는 유로화 약세 전망으로 연결, 투자자들의 자산 매도를 부추기고 있고 본격적인 부양책을 시행하기도 전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번지기 시작한 셈이다.
노무라 홀딩스의 옌스 노드빅 외환 리서치 디렉터는 “유로존 투자자들의 매도 움직임이 강력하고, 해외 투자자들 역시 채권을 중심으로 유로존 자산을 공격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유로화가 상당한 하락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