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행장 선택 않은 괘씸죄냐", 일부는 자중론도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오는 12일 임시이사회와 간담회를 차례로 연다. 사외이사의 거취 관련 입장표명이 있을지 주목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사회 일각에서 '징계론'과 '괘씸죄'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별개로 KB금융은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한 윤종규 회장 내정자의 급여를 회장 보수만 받는 것으로 이른 시일 내 처리할 방침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앞서 윤 회장 내정자는 지난달 이사회 직속으로 지배구조 개선 TF를 만들고 외부 컨설팅 회사를 활용할 것이라 했다. 한 사외이사는 "외부컨설팅 회사는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활동하고 3월 말까지 컨설팅 결과를 보고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 지배구조 개선 TF 컨설팅 승인 안건보다 사외이사 거취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직후 비공식 간담회를 열기 때문에 이사회 책임론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가 오고 갈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정찬우 부위원장의 외부 연설을 통해 KB금융 이사회의 책임론을 재차 거론하고 나섰다.
하지만 사외이사 내부 흐름은 비슷하다. 정 부위원장 발언 이후 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도 이사다.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뽑은 것"이라며 "만약 사외이사가 공식적인 잘못이 있다면 집행임원처럼 징계하면 된다"고 말했다. 쫓아내려면 절차를 밟아 징계하라는 것이다. 여론을 동원한 사퇴압박에는 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는 2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의 전원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외이사 일각에서는 당국의 지원설이 뒤따랐던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을 회장으로 선택하지 않은 데 따른 일종의 '괘씸죄'가 이사회 사퇴 압박에 작용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KB내분 사태를 계기로 임영록 전 회장의 해임을 관철하는 과정에서부터 커지기 시작한 사외이사와 금융당국의 불신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이번 KB금융 회장 선임에 정치권이나 당국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에 따라 이날 이사회나 간담회에서도 이사들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에 큰 변화는 나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사외이사는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관치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이사회 책임론 제기를 관치금융의 연장선에서 보고 있다.
다만, 여론 악화와 당국의 압박에 "자괴감 차원"에서 임기만료에 따라 '연임 불선택'을 통해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의 한 사외이사는 "(여론의) 매도를 당하면서 KB 사외이사 하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며 "연임을 할 수 있는 이들 중에서 스스로 안 하겠다는 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평행선을 달리는 금융당국과 이사회 사이에 비공식적인 물밑접촉이나 윤 내정자의 보다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외이사 거취가 LIG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승인과 연계되고 양측의 감정섞인 입장차가 커지면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KB금융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별개로 KB금융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앞서 평가보상위원회를 열어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기로 한 윤 내정자의 급여 문제를 논의하고 가능하면 처리할 방침이다.
평보위 소속 한 사외이사는 "회장 급여만 받는 것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로 임영록 전 회장은 올해 상반기 총보수로 5억9400만원을 받았다. 지주사 해체 이전에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했던 이순우 우리은행장도 겸직 시 회장 급여만 받았고 이를 지주와 은행이 6대4 비율로 부담했다.
이사회 관계자는 "회장의 기본급과 성과급만 받고 그것을 지주와 은행이 몇대 몇으로 부담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은행장 역할을 동시에 한다고 기존 회장 급여를 넘지는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은행장 역할을 수행하는 평가지표가 회장 급여 평가에 조금 더 반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등기이사의 보수 규정 개정 사항은 지주와 은행 이사회의 결의 사항이다. 윤 내정자의 급여 결정에 따라 이사회 보수규정 개정 사항이 생기면 각 이사회를 통해 처리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