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국내 투자만 1조원…기술 유출 우려 vs 中 시장 판로 개척
[뉴스핌=이수호 기자] 텐센트로 대표되는 중국 차이나머니가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IT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중국 진출을 가속화하는 한편, 이들의 자본을 끌어들여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내 IT 기술력의 중국 유출을 초래, 양국의 IT 기술 격차도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셈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IT 기업으로 평가되는 텐센트는 지난 2012년 약 720억원을 투자해 다음카카오의 지분 13.8%를 사들이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또한 올해 초 5330억원을 투입해 넷마블게임즈의 지분 38%를 확보하고 핵심 주주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의 절대 강자인 다음카카오와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사인 넷마블의 경영권에도 실력 행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텐센트의 경영권 간섭은 절대 없다고 손을 내젓고 있지만 보유 지분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영향력 행사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설명: '지스타2014' 엔씨소프트 전시장을 찾은 텐센트 직원들> |
지난달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4:33과 파티게임즈 등 국내 주요 모바일 게임사들에게 2000억원에 육박하는 텐센트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텐센트 자금만 올해까지 총 1조원 규모가 투자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와 4:33의 경우, 이들의 자금으로 회사 규모가 급성장해, 내년 상장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텐센트를 통한 중국 진출 업체가 꾸준히 증가해 국내 게임사의 텐센트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등이 텐센트의 도움으로 중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고, 넷마블 역시 올 한해 중국 매출을 통해 4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기업이 국내 게임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는 갖은 규제로 인해 게임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만 키웠다. 결국 국내 게임사들이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자본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 자본의 대대적인 유입으로 국내 게임 시장이 중국 기업들에게 잠식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IT 기술력이 중국으로 대거 진출해 자칫 기술 역전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국내에 진출한 중국의 '도탑전기'의 경우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4위,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8위에 등극하며 중국산 게임의 선입견을 지워내고 있다. 더욱이 이 게임은 카카오톡 게임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최근 몇년 새 꾸준히 한국을 방문해 시장을 조사하고 국내 업체들의 기술 노하우를 얻어낸 덕에 이제는 국내 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뽐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게임 업계가 차이나머니의 영향력에 휩쓸리고 있지만 외형적 성장을 위해선 중국 자본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기술 유출에 대한 불안감에도 국내 게임 시장 보다 더 큰 잠재력을 가진 중국을 뚫기 위해선 텐센트를 비롯한 IT 기업들의 도움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미 3년째 제자리인 국내 게임 시장(9조원)과 달리 중국 게임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38%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오는 2017년에는 32조원 규모로 시장 크기가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정체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기 위해선 기술적 제휴를 통해서라도 중국과 손을 맞잡아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주요 게임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텐센트가 직접 찾아와 기술 제휴에 대해 문의하고 배우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며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진출을 위해서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가 다반사고, 투자를 받기 위해서 자사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IT 기업들이 국내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기술력을 상당 부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좁은 시장 탓에 이들이 우리에게 노리는 것은 시장 진출이 아닌 기술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