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스프링 "구조적 성장하는 종목 담아야"
기업실적 둔화와 엔저 부담이 지속되면서 3년째 박스권에 있는 국내 증시가 을미년 새해에도 확 바뀔 것 같지 않다. 물론 기업 감익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데다 정부 경기부양책 효과가 가시화되고 배당확대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까지도 기대 요인이지만, ▲미국 조기 금리인상 ▲유로존 취약성 ▲엔저와 달러화 강세 ▲국제유가 급락 ▲로우플레이션 여건 속 신흥국 경제적 충격 가능성 등 대외 위험요인이 또아리를 틀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의 투자고수로 불리는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의 유력 최고투자책임자(CIO)에게 새해 투자 전망과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뉴스핌=이에라 기자] "한국의 낮은 배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작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배당확대 정책에 기업들이 반응하면서 올해는 주주가치가 제고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5일 뉴스핌과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에는 국내 기업들이 오너가치에 편중해 있었다면 이제는 주주가치 제고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남 CIO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주가치를 무시한 한국의 낮은 배당성향에 불만을 갖고 있었지만, 주주가치가 제고되면 이 점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가 바로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CIO / 이형석 기자 |
◆ 지난해 증시는 오너 가치 편승…올해 다를 것
남 CIO는 지난 한 해를 펀더멘털 보다 오너가치에 편승해 증시가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도덕적 관점을 갖고 있는가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오너가치가 부각되면서 그들이 신뢰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배당확대 정책에 나섰고, 삼성전자, 현대차 등이 대기업이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섬에 따라 다소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삼성SDS, 제일모직 등이 상장하며 시장에 기술적 노이즈를 발생시키는 이벤트도 끝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 CIO는 "삼성SDS는 19만원에 공모가가 형성된 후 32만7500원에 상장했고, 제일모직의 경우 5만3000원의 공모가에 11만3000원에 상장했다. 그런데 삼성SDS는 상장 이후로 주가가 밀리면서 지수도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삼성 그룹주로 시가총액이 큰 이들이 상장하면서 지수의 왜곡 현상을 초래했지만 이제 마무리가 됐다"며 "시장에 큰 기술적 노이즈를 주는 이벤트는 어느정도 끝이 났다"고 설명했다.
◆ 멀티플 낮다= 밸류에이션 매력? ‥구조적 성장株 봐라
남 CIO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종목들이 증시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펀더멘털이 견조하면서 구조적으로 살아남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들이 그들이다.
예컨데,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면서 맛과 멋의 패러다임이 뜨기 때문에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팔리는 내수 소비재가 대세가 됐다는 얘기다. 남 CIO는 "국내 5000만명으로는 시장을 한정하지 않고, 중국의 대도시를 포함해 3억~4억명의 인구를 우리의 고객으로 삼을 수 있는 종목들이 부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멀티플 낮은 것이 밸류에이션인 줄 알았는데, 멀티플 낮다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게 진짜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남 CIO는 "굴뚝 청소를 진짜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청소를 아무리 잘해도 굴뚝이 없어지면 소용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산업이 생존 가능하고, 확장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안에서 경쟁력과 시장점유율(MS)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할 때"라고 그는 강조했다.
남동우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CIO/ 이형석 기자 |
◆ 주식운용본부, 진화하는 조직…기대해달라
남 CIO는 2011년 10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 합류한 뒤 지난해 7월부터 주식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상승장을 상징하는 붉은 넥타이만 착용하는 탓에 타이가 맨날 똑같냐는 얘기도 듣는다는 그는 주식운용본부를 '진화를 꿈꾸는 조직'이라고 자평했다.
내부적으로 지난 3년간 반기에 한 번씩 '롱텀 인사이트 포럼'을 진행, 직원들과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3~5년 후에는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각자 생각하는 내용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자리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사장이 직접 주도하는 등 포럼 때마다 함께 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본부 내 김흥직 주식운용1팀장(이사)이 팀원들을 이끌며 일주일에 한 번씩 스터디를 주도하며 22주 연속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남 CIO는 "운동할 때 자세가 정말 중요한데 포럼이 자세를 잡아주는 계기가 됐다"며 "이러한 훈련을 통해 인과관계를 꾸준히 생각하는 힘이 생겼고, 남들과는 다른 것도 볼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 점이 타 조직과 우리와의 차별성"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김흥직 홍순모 주식운용팀장과 함께 진화하는 조직이 되자고 항상 얘기하고 있다"며 "무조건 1등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상위권에서 꾸준한 수익률을 고객에게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이스트스프링코리아리더스펀드'와 '이스트스프링업종일등펀드'는 1년간 각각 7.50%, 7.35%(제로인 기준)의 수익률로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5.35%)성과를 크게 앞질렀다. '이스트스프링대담한한국펀드'도 6% 이상의 성과를 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