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양적완화 초읽기…"1유로=1달러 시대 올 것"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1월 13일 오전 7시 55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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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노종빈 기자] 지난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모멘텀은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 흐름이었다.
글로벌 경제의 회복 모멘텀이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미국 경제의 견조한 회복세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대규모 양적완화, 유럽의 디플레이션 등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달러 강세, 엔화·유로화 약세라는 대조적인 물줄기가 형성됐다.
이와 함께 글로벌 유가하락이 지속되면서 자원 수출 중심의 신흥국들의 재정 여건이 큰 타격을 입었고 외자 유출이 심화되면서 일부 국가들에서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커졌다.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와 러시아 루블화가 지난 1년간 각각 91%, 76%대 약세를 보였다. 채무위기로 디폴트 우려가 부각된 아르헨티나 페소는 31% 절하됐다. 유가 급락과 러시아 위기 등에 타격을 입은 유럽의 스웨덴과 헝가리, 폴란드 통화 역시 20%에 가까운 절하폭을 기록했다.
◆ 달러 강세 지속…美경제 견조
지난 한 해 달러는 연간 기준으로 지구상의 거의 모든 통화 대비 강세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를 거듭했던 미국 경제는 올해도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글로벌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주말 92.46까지 빠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1997년 1월 이후 이어져 온 120개월 이동평균선을 상향 돌파한 뒤 안착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달러화 강세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과 일본 정부의 추가 양적완화(QE)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CB나 아베 신조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회복되거나 디플레이션 위기에서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유로화와 엔화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1유로=1달러' 시대 유력
앞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로가 2015년 1분기 중 달러대비 1.2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유로당 1.20달러는 올해 들어 불과 일주일 만에 붕괴하고 말았다.
이 가운데 달러화 강세는 지속되고 유로화 약세는 확대돼 결국 1유로당 1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ING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지속적 통화 부양 조치로 인해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달러-유로의 '패리티(동등가치)'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동일한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5월 만 해도 유로화는 1유로당 1.3993달러 수준에 거래됐으나 지난 주말 기준 1유로당 1.1754달러 수준까지 급락한 상황이다.
페터 크라파타 ING그룹 외환전략가는 "유로화에 대해 비관적인 관점을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 연준이 올해 2분기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가운데 ECB는 양적완화 움직임을 강화할 것이어서 유로화 약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 엔화 깜짝 강세 반전 가능성은?
이와 함께 연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리스크 회피 심리가 지속되며 달러/엔이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강달러 대 엔저 흐름이 다소 주춤해진 모습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엔화가 강세로 반전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중의원 선거 압승으로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기조인 아베노믹스의 정치적 기반은 더욱 강화된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신년사를 통해서 아베노믹스 노선을 더욱 강력하게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행(BOJ) 자산 매입 재개 기대감도 유효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일본 경제 지표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지난해 4월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연속 하락했고 여타 지표들도 이렇다 할 개선세를 확인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향후 전망과 가계지출, 노동시장 지표들은 다소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연말 성과급 및 연초 임금협상이 마무리 된 뒤 실질임금 상승률이 개선되고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인한 실질 구매력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
◆ 유가 급락 따른 글로벌 경제 타격 우려
최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글로벌 유가 급락은 원자재 수출 비중이 큰 나라의 통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 원유 비중이 큰 러시아 루블화와 캐나다 달러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브라질 헤알화, 호주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유가 하락이 진행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각되고 있다.
유가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들을 중심으로 재정 및 국제수지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심각한 대외 채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지적된다.
구체적으로는 그리스 대선 부결에 따른 총선 전망과 러시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우려감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가 약세로 인한 여파가 원유수출국과 저물가국 등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반면 한국과 일본 등 수출산업 중심의 아시아 국가들이 유가하락으로부터 받는 직접적인 타격은 일단 제한적일 전망이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 하락은 한국 경제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이 주요 에너지 수입 국가인만큼 가계와 기업의 비용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