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세제실, '그들만의 리그'로 경쟁력 잃어
[뉴스핌=우수연 기자] "과장님, 제가 안듣고 그냥 가도된다고 했잖아요."
기획재정부의 금융투자업계 세법개정 설명회 참석자들이 사무실로 돌아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눈 얘기다. 금융 관련 주요 개정세법에 대해 기재부 세제실 담당자들이 직접 설명한다는 소식에 여의도 증권맨들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하지만 정부의 부실한 대응에 참석자들은 실망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지난 4일 금융투자협회는 금투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015년 세법개정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2시, 세법에 관심많은 금투업계 관계자들이 물밀듯 몰려왔다. 준비한 자료는 동났고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빈 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로 250석 행사장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하지만 미흡한 설명회 내용은 참석자들을 실망시켰고, 마지막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자리를 떴다. 기재부가 프레젠테이션의 기본인 참석자들의 성향 파악부터 실패했기 때문이다. 상대가 원하고 궁금해하는 내용은 차치하고 자신이 하고싶은 얘기만 전달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설명회 주제는 금융세제였지만 이미 발표된 방대한 개정세법 자료를 읽는 수준에 그쳤다.
질의 응답 시간에 퇴직연금 환급금 절차의 금융기관 대응 등 세부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돌아온 담당자의 대답은 "잘 모르겠으니 따로 연락을 달라"는 정도였다. 이내 "대답도 못할거면 이 자리에는 왜 왔냐"는 핀잔이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느끼고 다음 발표자에게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연말정산 논란으로 정부가 황급히 해명에 나선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기재부 세제실 담당자들은 '불통(不通)' 정부의 씁쓸한 단면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기재부는 지난달 26일부터 2주 동안 전국을 돌며 세법개정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명회에 나설만한 노련한 담당자가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강연을 듣는 상대는 금융관련 전문가들이다.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전문가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백 번 양보해서 수백명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부담되고 긴장됐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최고의 엘리트 집단인 공무원이 자료만 줄줄 읽는 수준으로 국민들에게 정책을 설명한다면 과연 정책가로서 자질이 있는가 스스로를 한 번 더 의심해봐야 한다.
세제실은 기재부 내에서도 엄선된 직원들만 일할 수 있다고 한다. 세제가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이라 한번 세제실로 발령나면 계속해서 같은 직군에 머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기재부는 세제실 순환근무를 추진했으나 전문성 부족을 절감하고 세제실 근무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사를 낸 바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로 세제실 담당자들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국민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연말정산 논란으로 국민들이 세법에 얼마나 민감한지 확인했다. 국민들을 이해,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는 뒤늦게 연말정산 보완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민심달래기에 나섰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는 사실을 잊은 듯하다.
[뉴스핌 Newspim] 우수연 기자 (yes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