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위축·낮은 보조금 영향..단통법 수술 불가피 지적
[뉴스핌=김기락 기자] 이동통신3사가 지난 주말 삼성전자 갤럭시S6 시리즈에 대한 보조금을 법정 최고 수준으로 올렸으나 시장은 달아오르지 않았다.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보조금이 최고가 요금제에 한해서만 올랐고, 시장 침체가 장기화된 탓이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보조금을 올리자니 넘사벽이 된 단말기유통법에 부딪히고, 내리자니 얼어붙은 시장이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지난 10일 갤럭시S6 출시 이후(10~19일) 번호이동시장 규모는 일 평균 9110명으로, 이전(1~9일) 9330명에 비해 2.4% 감소했다<그래프 = 송유미 미술기자> |
1월 2만249명이던 번호이동시장 규모는 2월 1만7146명, 3월 1만5761명 등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 휴대폰 갤럭시S6도 이통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S6 출시 이후(10~19일) 번호이동시장 규모는 일 평균 9110명으로, 이전(1~9일) 9330명에 비해 오히려 2.4% 감소했다.
SK텔레콤이 갤럭시S6 보조금(32GB 기준)을 13만원에서 24만원으로 대폭 올린 지난 18일 번호이동시장 규모도 1만294명에 불과했다.
보조금 인상과 갤럭시S6 출시에도 시장 규모가 쪼그라든 원인은 이통시장 침체와 10만원대 고가 요금제에만 지원되는 보조금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통3사는 갤럭시S6 구매 시 30만원대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3만~5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에게는 10여만원의 보조금만 지급하고 있다.
SK텔레콤의 3만원대 요금제와 8만원대 요금제의 보조금 차이는 두 배 이상이다. 갤럭시S6 32GB 보조금 규모는 LTE T끼리 45요금제가 11만2000원, LTE 전국민무한 100 요금제는 24만8000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와 큰 차이가 없다.
단적으로 갤럭시S6를 구매하면서 법정 최고 수준인 33만원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KT는 순완전무한99 요금제(월 10만8900원)를 써야 하고, LG유플러스도 얼티메이트 무한자유 124 요금제(월 10만8900원)에 가입해야 한다. 중저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30만원대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판매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10만원대 요금제를 써야만 보조금 33만원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많다”면서 “현재 35만원인 보조금 상한선이 없어져야만 중저가 요금제에도 많은 보조금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6 시리즈 이통사ㆍ요금제별 보조금 현황<표 = 송유미 미술기자> |
그렇다고 이통사들이 중저가 요금제에 대한 보조금을 마냥 높일 수도 없다.
이통3사가 갤럭시S6 출시 1주일만에 보조금을 인상한 탓에 예약판매 및 출시 초기 갤럭시S6 시리즈 구매자들은 오른 보조금 만큼, 비싸게 산 모양새가 됐다. 보조금을 더 확대할 경우 기존 충성고객들의 반발에 부딪칠 수 있는 셈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출시된 아이폰6가 약 100만대가 판매됐고, 시장 수요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보조금만으로 시장을 움직이기엔 무리”이라며 “소비자들이 갤럭시S6 외에 LG전자 G4 등 신형 단말기와 보조금 추가 인상 등을 기대하는 만큼, 단기간에 시장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통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9일 휴대폰 판매점 밀집 장소인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6층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말임에도 손님들이 없어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많이 쓰는 요금제와 고가 요금제가 제공하는 지원금간의 격차가 큰 것 같다며 지원금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