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로 4조원대 부호 등극…게임 넘어 IT업계 1인자 꿈꾸다
[편집자] 이 기사는 5월18일 오후 3시21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이수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 최대 갑부로 떠오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 게임 하나로 일약 4조원대 IT 거부가 됐다. 업계에서는 '제2의 김택진(엔씨소프트 대표)·김정주(넥슨 회장)'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사실상 업계 새로운 리더로 거듭났다.
중국 사업을 통해 성장한 권 회장은 올해 국내에서도 확실한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게임시장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를 강화해 종합 IT 기업으로써 면모를 갖추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 잘 나가던 서강대 컴퓨터 클럽 회장…삼성전자 입사 대신 택한 '창업의 길'
미국의 유력 경제잡지인 포브스가 지난달 30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한국의 50대 부자' 명단에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이 올랐다. 바로 권 회장이다. 그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스마일게이트의 가치가 급상승해 3조8000억원의 자산가치를 인정 받았다. 한국 50대 부자 중 7위에 해당하는 가치다. 개인 자산까지 포함하면 권 회장의 재산은 총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권 회장의 이같은 자산가치는 게임업계는 물론 IT 업계 전반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업계 대표주자인 김정주 넥슨 회장(8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33위)는 물론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36위) 보다도 많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그가 어느덧 국내 게임 개발 1세대인 김택진, 김정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리더로 떠오른 셈이다.
사실 권 회장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의 성공기는 '깜짝 스타'보다는 '준비된 리더'에 가깝다.
<사진제공 = 스마일게이트> |
군 제대 이후인 1996년, 웹인터내셔널이라는 IT 기업에서 기획분야 일을 맡았고, 이후 영국 런던으로 연수를 다녀오며 글로벌 IT 시장에 대한 견문을 넓혔다.
그가 IT 기업인으로 자리를 잡게 된 계기는 글로벌 IT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도움이 컸다. 권 회장은 지난 1997년 쟁쟁한 경쟁을 뚫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멤버쉽을 통해 IT 서비스 창업의 꿈을 키웠다.
당시 삼성소프트웨어 멤버십에서 삼성전자 인턴사원 형태로 연구원들을 모집했고 서류접수와 면접을 통해 8기 멤버십 회원으로 정식 선발됐다. 이후에는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실에서 마련해준 연구실에서 인터넷 영상 통신 연구를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삼성물산에서 창업 지원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았지만 권 회장은 삼성의 러브콜 대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창업의 길을 택했다.
창업자의 길은 초반부터 가시밭길이었다. 지난 1999년, 그가 졸업과 동시에 창업한 스타트업 '포씨소프트'는 초기 창업자금 40억원을 유치하며 외형을 키우는데 성공했지만 계속된 수익 악화로 인해 결국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다. 결국 창업 2년만인 지난 2001년, 그는 회사를 넘기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그는 삼성전자 입사 대신 택한 '창업의 꿈'을 한 번의 실패로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1억원이 안되는 소자본을 힘겹게 모아 게임개발사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 총 싸움에 집중한 권혁빈, '크로스파이어' 中心을 훔치다
지난 2002년 권 대표가 설립된 스마일게이트는 초기부터 FPS 게임(총싸움게임)을 통한 성장을 꿈꿨다.
첫 개발작인 '헤드샷온라인'을 4년간 공을 들여 시장에 내놓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이 실패가 끝이 아니었다. '헤드샷온라인'을 토대로 새롭게 만든 '크로스파이어'가 네오위즈게임즈와 파트너 게임을 맺고 중국에 진출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중국 텐센트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은 크로스파이어는 지난 2008년 출시하자마자 현지에서 동시 접속자수 230만명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특히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색과 황금색 총기를 선보이며 중국 게이머들을 열광케 했다. 국내에서 최적화된 '서든어택'이 큰 인기를 끈 것 처럼 '크로스파이어' 역시 중국 현지화 전략을 통해 성공의 주춧돌을 마련한 셈이다.
<사진제공 = 스마일게이트> |
이후 스마일게이트는 북미시장과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며 국내 최대 게임사로 거듭났다. 최근에는 자회사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를 통해 국내 PC온라인게임 시장에 '아제라'를 출시했다.
뿐만 아니라 권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애니팡' 개발사 선데이토즈를 통해 모바일 게임 시장을 강화하는 동시에 아프리카TV가 서비스하던 '테일즈러너' 게임 운영권도 인수하는 등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발을 넓혀가고 있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의 PC 사업권까지 인수하며 게임업계의 큰 손으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에도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315억원, 영업이익은 3026억원으로 국내 게임 업체 기준 5위에 올라있다. 영업이익률(56.7%)면에서는 2위를 기록하며 IT 기업 중 돈을 가장 잘 버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워낙 재무 구조가 탄탄해 상장을 언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권혁빈 회장은 단기 수익 개선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게임 산업을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라며 "더 많은 유저들이 공짜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시장을 선점한 뒤, 프리미엄 아이템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 게임사에서 종합 IT 기업으로 발돋움…"스타트업 육성은 나의 몫"
중국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권 회장은 스마일게이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코자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인수한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총 600억원 규모의 청년 창업 펀드를 만들었다.
또한 스마일게이트 희망스튜디오를 통해 스마트업 육성 센터인 오렌지팜을 개소했다. 서초와 신촌, 부산센터에서 총 20여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고 3곳의 운영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근혜정부 들어 창업 분위기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스마일게이트의 스타트업 육성사업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돈을 벌어 국내에 환원하는 IT 업계의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지분을 취득하거나 사업적인 계약에서 우선권을 얻는 경우는 없지만 향후 종합 IT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든든한 우군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CI 제공 = 스마일게이트> |
콘텐츠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포털과 모바일 트래픽을 제외한 새로운 소셜 플랫폼을 고안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는 그 누구보다도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영화 '명량'에 투자해 100%가 넘는 이익을 내기도 했다. 게임으로 중국에서 대박을 쳤지만 결국 국내 IT 산업이 나아갈 길은 특화된 콘텐츠에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결국 제2의 '크로스파이어'를 내놓기 위해서 게임이라는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적인 투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역량 있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과 IT 솔루션, 모바일 플랫폼, 웨어러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 중점 투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