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양에도 투자심리 꽁꽁, 손절매 투자자 늘어
[뉴스핌=이승환 기자] 중국 증시의 급격한 조정으로 주가가 반토막나는 종목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큰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붕괴되며 당국의 '증시살리기' 약발이 좀처럼 먹히지 않는 모양새다.
상하이지수는 3일 오전장 7%가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3개월만에 3600포인트대(3629.50)로 밀려났으며 한때 3600선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몰렸다.
상하이지수는 지난 3월 17일(3502.85포인트)과 3월 20일(3617.32포인트) 각각 3500포인트대와 3600포인트대를 돌파하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보여왔다. 같은달 30일에는 3700포인트대(3786.57)에 들어섰다.
2일 텐센트 재경에 따르면, 지난 6월15일부터 7월2일까지 상하이·선전시장에서 16조4300만위안(약 2963조원)이 증발했다. 매일 1조1700만위안(약 211조원)의 자금이 중국 주식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
상하이지수는 지난달 12일 5178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6월15일부터 폭락을 시작해 13거래일만에 14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 6월23일~6월25일 기준 A주 유효투자자가 5076만6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13일동안 투자자 한 명 당 32만위안(약 5811만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중국에서 한화 5000~6000만원이면 웬만한 도시의 서민 아파트 한 채 가격이다.
지난 13거래일 동안 주가가 40% 넘게 폭락한 A주 종목도 1052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02개 종목은 50%가 넘는 폭락세를 기록했다. 특히 선전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전신고빈(全信股份)이 61%의 하락폭을 기록, 최대 폭락 종목으로 기록됐다.
중국의 차스닥인 창업판(創業板)을 따로 때어놓고 보면 손실은 더 심각하다. 50%이상 하락한 102개 종목 중 32개가 창업판 상장기업이며, 40% 넘게 하락한 종목도 223개로 나타났다.
창업판 지수는 지난 6월3일 장중 3982포인트를 돌파한 이후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2일 2649포인트까지 내려 않았다. 한달 새 130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중국의 한 주식투자자는 "폭락하는 주가를 보고 있으면 손절매하는 게 맞지만 막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그저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이 투자자가 매입한 천음고빈(天音股份) 주식은 지난달의 최고가 대비 절반 넘게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가폭락에 의해 붕괴된 투자심리가 당국의 증시부양책을 상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27일부터 인민은행,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증권사, 보험사, 펀드사 등이 대대적인 증시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A주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일 밤사이 증감회가 거래수수료인하, 증권사 융자 경로 확대, 신용거래 규제완화 등 3개의 조치를 쏟아냈음에도, 2일 상하이증시는 3.5% 가까이 하락했다.
텐센트 재경이 2일 실시한 '주식이 계속 폭락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A주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가 전체의 50%를 상회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40% 이상의 투자자가 보유중인 모든 주식을 손절매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듭되는 급격한 조정으로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며 "극도의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기회를 엿보거나 손절매에 나서고 있어 시장에 하락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하오 중국 교통은행 수석연구원은 "장내 신용거래에 대한 강제반대매매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번 불마켓의 동력 중 하나인 장외불법 신용융자 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부담이 확산됐다”며 ”이에 당국이 급하게 달래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년 200%가까이 폭등한 중소형주와 창업판에 대한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 자금이탈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지에 국해(國海)증권 IB부 이사장은 "시장이 폭락세를 이어가면 당국은 투자자들의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더 강력한 부양의지를 내비칠 것"이라며 "시장 거래 자체를 일시 중단하는 방안과 중앙회금공사(中央匯金公司)를 통한 대형주 직접매입 등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