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외인 표대결…8일 출국 해외체류하며 외인 설득중
[편집자] 이 기사는 7월15일 오전 11시42분 뉴스핌의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김연순 기자]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가 일주일 넘게 외국 현지에서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IR 활동을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결권 대리행사 시스템, 이른바 주주총회의 부재자 투표가 지난 9일 마감됐지만 주총 당일 상임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최 대표는 지난 8일 서초동 사옥에서 네덜란드연기금 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아시아지역 지배구조 담당 이사와의 미팅 이후 홍콩으로 출국해 1주일 이상 현지에 머물고 있다. 최 대표는 현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만나 제일모직과의 합병 당위성을 설명하고, 찬성표를 행사를 것을 집중 설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오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 양측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표대결이 박빙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난 8일 홍콩으로 출국한 이후 해외에서 외국인 주주들을 만나 합병의 필요성, 효과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언제 한국에 들어올 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외국인 기관투자자 설득작업으로 이날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에도 불참했다.
이번 삼성합병의 막판 변수인 소액주주(24.43%)의 경우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대표를 중심으로 전사적으로 막판 표심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고, 외국인 주주(33.53%)의 경우 최치훈 대표가 주축이 돼 움직이고 있다. 최 대표는 주총 전날까지 외국인 주주에 대한 구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밤 12시)로 예탁결제원의 '외국인 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에 따른 외국인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1차적으로 마감됐지만, 주총 당일 HSBC 등 상임대리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 역시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예탁원 시스템을 통해 찬반 의결권을 행사했어도 찬반 의사가 바뀔 경우 주총 당일 다른 결정을 할 선택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상임대리인이 지난 9일까지 예탁원 시스템에 (찬반 입장을) 직접 입력하지 못했으면 위임장을 만들어 주총 현장에서 상임대리인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또한 9일 이후 합병 찬반에 대한 의사가 바뀔 경우 상임대리인은 법적인 권리행사를 하기 때문에 직접 주총장에 참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로 예탁원의 외국인 주주 의결권 대리행사 시스템이 마감됐지만 현재까지 투표율 뿐 아니라 누가 의결권을 행사했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 뿐 아니라 엘리엇도 주총 당일 외국인 투자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막판 표심잡기 행보를 전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최종 투표율이 이번 합병에서 여전히 관건이기 때문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의결권 대리를 통한 외국인 주주 투표율은 시스템을 통해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알고는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외국인 투표율에 따라 합병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어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총 당일 표를 공개하기 전까지는 삼성물산, 엘리엇 어느 쪽도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홍콩 등지에서 장기투자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 30여 곳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삼성의 전망처럼 주주총회 출석율이 80%(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전망)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삼성물산 합병안 통과를 위해서는 전체 주주 중 53.3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현재까지 확보한 찬성 지분율은 삼성그룹 특수관계인, KCC, 국민연금을 합쳐 30.99%다. 여기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 확실시되는 국내 기관투자가 지분(11.05%)까지 합치면 찬성률은 42.04%로 올라간다. 주주 출석율 80%를 가정할 경우 12% 가까운 우호지분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외국인 주주 가운데 엘리엇(7.12%) 다음으로 영향력 큰 곳은 인덱스(지수연동형) 펀드 중심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으로 삼성물산 지분 3.12%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헤지펀드 메이슨캐피탈이 2.2% 가량을 갖고 있고, 싱가포르투자청(1.47%), 자산운용사 피델리티(1.29%), 인덱스 펀드 운용사인 뱅가드(1.28%)와 디멘셔널(1.20%), 사우디통화국(1.11%), 아부다비투자청(1.02%)이 1∼2%대 지분을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노르웨이중앙은행(0.90%), 중국인민은행(0.79%), 네덜란드연기금(APG)운용(0.61%), 쿠웨이트 정부(0.55%), 크레디트스위스(0.54%), 일본연금(0.54%), 영국 금융사 리걸앤제너럴(0.46%), BNP파리바(0.41%), 인덱스펀드(0.39%), 싱가포르통화청(0.36%), 슈로더(0.30%), 미국 캘리포니아연기금(0.26%), UBS(0.23%), 시티오브뉴욕트러스트(0.20%), 제이피모간(0.20%)이 0.2% 이상의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