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DB 소유권에서 VPN차단까지…갈등 고리는 진행 중
[뉴스핌=이수호 기자] PC 온라인 기반의 리듬액션게임 '오디션'을 두고 유통사 와이디온라인과 개발사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이하 티쓰리)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9월 양사의 게임유통 계약이 종료되면서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10년간 누적된 게임DB(데이터)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다만 게임 개발사인 티쓰리는 와이디온라인이 유통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만큼, 한 푼도 내어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 게임 데이터 없이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초강수를 둔 모습이다.
더불어 기존에 문제가 됐던 게임DB 소유권을 넘어서서 이제는 와이디온라인의 VPN(망) 차단이 새로운 갈등요소로 급부상하고 있다.
와이디온라인이 티쓰리 개발진들의 불법 행위를 근거로 게임 운영 망 접속을 차단한 것이다. 이는 티쓰리를 압박해 협상테이블로 유도하겠다는 와이디온라인의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비스 재계약이 힘들어진 와이디온라인 입장에선 티쓰리를 압박해 재계약 유도, 또는 게임DB에 관한 일정부분의 웃돈을 가져가겠다는 심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DB 이관 문제를 넘어서서 지난 10년간 서로에게 누적된 불만들이 터져나오는 것"이라며 "실적 문제로 다급한 와이디온라인의 경우 협상 의지가 있지만, 글로벌 수익 강화를 노리는 티쓰리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합의할 의사가 없어보인다"고 전망했다.
◆ 와이디온라인 vs 티쓰리…서버접속 중지 책임 공방 '가열'
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오디션 서버접속 방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와이디온라인은 지난 7월 캐시(게임에서 사용하는 돈) 잔액 체크를 목적으로 조사를 실시하면서 티쓰리 개발자들의 VPN(망) 접속을 차단했다. 티쓰리 직원이 게임 업데이트를 위한 접근권한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게임 내 돈을 생성하고, 이를 유통시켜 부당한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와이디온라인 관계자는 "게임 업계에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게임 서버 등의 접근 권한은 유통사만 갖는 것이 원칙"이라며 "티쓰리 개발자가 당사와 상의없이 단독적으로 캐시를 생성하고, 활용한 정황이 포착돼 내용증명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이에 티쓰리 측은 만약 범죄행위가 있었다면, 양사에 모두 매출손해가 발생하는 것인 만큼 함께 조사하고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오디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와이디온라인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티쓰리 관계자는 "와이디온라인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채, 계약종료를 앞둔 시점에 와서 자체 감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현재까지 7주간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라며 "그동안 불법적으로 티쓰리에 해왔던 행위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법의 심판을 통해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티쓰리는 게임DB 이관 문제과 관계없이 와이디온라인의 과거 불법적인 행동을 폭로하고 법적대응으로 응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소송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일체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및 10년 서비스 기간 전반에 걸친 당사의 권리와 이득에 대한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연이어 전개하겠다는 의지다.
◆ 필사적인 와이디온라인, 왜?…'오디션'은 유일한 글로벌 매출원
티쓰리가 서버접속 방해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추가적인 소송을 언급하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지만 와이디온라인은 여전히 타협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와이디온라인 관계자는 "어떻게든 좋게 풀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개발사인 티쓰리와의 다툼이 강대강으로 치닫을 경우, 결국 와이디온라인이 잃을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와이디온라인의 오디션 관련 매출은 업계 추산 130억원 정도다. 지난해 와이디온라인의 총 매출인 240억원 중 110억원은 모바일과 게임 서비스 대행, 자체 온라인 게임 매출 등으로 추정된다.
결국 매출의 절반 이상이 오디션의 매출로 티쓰리와의 계약 결렬은 와이디온라인의 입장에선 엄청난 손실이다. 올해 와이디온라인의 흥행작인 '갓오브하이스쿨'이 업계 추정 한달에 2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져도 오디션을 완벽하게 대체한다고 보기 어렵다. 사실 들여다보면 두 게임의 수익 여부에서 큰 차이가 있다.
오디션의 경우, 해외매출이 절반 이상으로 해당국가 서비스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원가가 거의 들지 않아 매출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와이디온라인이 오디션을 대체하겠다고 주장하는 이카루스 등은 운영대행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결국 이들이 오디션의 매출 감소분을 충당할 수는 있지만 매출이익률이 급감해 영업이익이 급락할 공산이 크다.
특히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트렌드 변화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는 현 상황에선 확실한 캐시카우인 오디션을 놓치면 회사의 지속성장 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오디션을 통해 공략한 글로벌 사업 파트너들과의 관계악화도 와이디온라인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매각을 앞둔 와이디온라인 입장에선 무엇보다 글로벌 파트너사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탓이다.
실제 티쓰리와의 계약 분쟁이 촉발된 이후, 1만원선에 머물던 와이디온라인의 주가는 반토막난 5000원(24일 오후 기준)선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도 오디션을 놓쳤을 경우를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다툼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인 만큼,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에 집중하기 보다는 적정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수호 기자 (lsh599868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