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준비기간 등 문제…"내년부터는 민간주도로 연말에 열려야"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지난 1일부터 실시되고 있는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확인시켜줬다. 잔치 손님은 몰렸지만 변변치 않은 먹을 거리에 원성만 샀다. 민간이 아닌 정부 주도 소비진작대책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형 유통업체(백화점, 대형마트 등 2만6000개), 전통시장(200개), 온라인 쇼핑업체(16개), 제조업체(이케아 등)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합동 프로모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추진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행사 기간 동안 업체별로 최대 50~70% 할인 등으로 할인품목과 할인율 확대하고 업체별 특성을 반영한 행사기간 운영, 소비자 참여를 위한 이벤트 강화 등으로 기존 세일행사와의 차별화를 도모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블랙프라이데이가 시작된 1일 기존 세일행사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과 함께 오히려 할인율이 더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이를 주도한 정부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유통업체들은 1일 소폭 매출이 늘었다고 하지만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기다렸던 국민들은 실망감이 큰 모습이다.
이날 인근 백화점을 찾은 30대 가정주부는 "대부분이 10~20% 할인을 하고 이벤트로 50% 할인행사를 하는 코너는 있었는데 이 정도는 기존 세일 행사 때도 있었던 할인율"이라며 "첫날이고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백화점을 많이 찾은 것 같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는 것은 정부 주도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체들은 몇 개월 전부터 할인행사를 준비하는데 이번 행사는 8월 중순에야 소비진작 대책으로 제시됐고 9월 중순이 돼서야 최종 확정됐다.
사실 정부도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성공을 장담하지는 못했다. 브리핑 당시 기자들이 할인율 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지만 정부는 민간에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유통업체들에 대한 인센티브 등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참고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주 금요일(추수감사절 다음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할인행사다. TV나 노트북 등 고가의 가전제품들이 엄청난 할인가격에 팔려 속칭 '득템' 할 수 있는 날로 꼽힌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발생한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1939년 소비 진작 및 경제부흥을 위해 추수감사절 날짜를 11월30일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로 바꾸는 등 시작 초기 적극적으로 후원한 바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도 미국처럼 대규모 할인행사를 해서 내수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며 "올해는 일단 정부 주도로 하지만 내년부터는 연말에 민간 주도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