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신차 부재ㆍ청년실업↑…가벼워진 호주머니, 車소비에 반영
[뉴스핌=김기락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UV 판매 호조세임에도 2030세대가 주로 구입하는 소형차 판매가 부진해서다. 단순 판매량 차이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생애 첫차인 소형차에 대한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들어 8월까지 배기량 1600cc 미만의 소형차는 12만7203대 판매,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SUV 판매는 28% 늘어 대조를 이뤘다.
현대자동차는 i30를 비롯해 엑센트, 벨로스터 감소율이 크다. 올들어 9월까지 i30 판매량은 25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6.6% 줄었다. 엑센트는 1만2378대 판매, 28.5% 빠졌다. 벨로스터도 1053대에 불과, 23% 감소했다.
기아자동차 소형차 감소세도 마찬가지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SUV 증가세가 48%로 가장 높은 만큼, 소형차 감소세가 더욱 선명하다. 같은 기간 프라이드는 26.7% 떨어져 5196대에 그쳤고, K3 역시 7.2% 감소한 3만2132대에 머물렀다.
한국지엠은 준대형차 임팔라를 제외하면 승용 부문이 전부 마이너스다. 올들어 9월까지 아베오 판매량은 2048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7% 감소한 수치다. 크루즈도 1만2654대 판매, 7.5% 줄며 허덕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SM3는 5148대 팔려 27.1% 빠졌다.
관련 업계는 이에 대해 완성차 업체의 잇단 SUV 신차 공세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에만 기아차 올뉴 쏘렌토를 비롯해 현대차 투싼, 쌍용차 티볼리 등 SUV가 출시됐다. 소형 신차가 없다는 점도 소형차 감소세를 가속시킨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KAMA 기준, 소형차로 분류되는 배기량 1600cc 미만의 올해 신차는 현대차 신형 아반떼가 유일하다.
하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젊은층이 많아지면서 생애 첫차 소비가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4대그룹 한 30대 직원은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30대 초반 직원이 차가 없다. 입사 후 30대 중반은 돼야 차 구입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짙어진 게 사실”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청년실업률은 11%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은 지난 1997년 7월(11.5%) 이후 최고치다. 이 때문에 소형차 실적 회복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 특히 20대의 생애 첫차 대상인 소형차와 경차의 감소폭이 크다”라며 “20대 젊은층의 취업 불안 및 고용 불안정 등으로 인해 첫차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기아차 등 올해 완성차 업체의 내수 판매 증가분은 대부분이 SUV 덕”이라며 “완성차 업체가 젊은층을 상대로 마케팅을 강화해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