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가격 1조원대 '후끈'...달아오른 현대증권 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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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박민선 백현지 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예상됐던 현대증권 매각전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NH투자증권이 홍콩계 사모펀드 액티스에 대한 인수금융을 제공키로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마지막 남은 대형 증권사 매물을 차지하기 위한 후보자간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특히 30일 불거진 NH투자증권의 액티스 인수금융 참여 이슈는 본입찰에 참여한 여타 인수 후보들도 전혀 몰랐다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NH투자증권이 궁극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냐며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NH투자증권의 인수금융으로 인해 되레 액티스의 자금 확보 능력이 입증된 셈이라며 이로 인해 현대증권 본입찰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시장에 떠도는 입찰가는 어느새 1조원 안팎으로 훌쩍 커져버렸다.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사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 NH證, 1등 위한 반격인가 단순 투자인가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홍콩계 PEF 액티스에 인수금융(loan)을 제공하는 자금지원확약서(LOC)를 체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의 준비된 '반격'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현대증권을 인수할 경우 미래에셋대우증권과 함께 7조~8조원대 초대형 증권사 2강 체제가 구축되면서 기존 1위사였던 NH투자증권의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은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NH투자증권은 일단 단순 투자 목적의 참여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부사장은 "금융지주는 물론 아니고, 증권 IB사업부가 비즈니스 목적으로 들어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인수금융 매수 자문을 도와주겠다는 것으로 당연히 회수를 전제로 투자한 것일 뿐"이라면서 "우리 회사의 능력을 다소 과대평가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 증권사 임원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번 딜에 NH가 들어왔다는 것은 의도 자체를 순수하다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궁극적으로 현대증권을 노리겠다는 전략이 아니었겠느냐"고 추측했다.
반면 단순 투자의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NH는 지주 차원에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구조인데 전략적 그림 없이 경영권 등을 염두에 두고 벌인 일이라면 증권에서도 많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가 신한지주 등으로부터 인수금융을 받은 것과 같은 개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NH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향후 NH투자증권의 현대증권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지주는 이번 건과 어떤 관계도, 관련도 없다. 인수금융 그 이상은 절대 아니다"고 못박았다.
◆ 액티스, 자금확보능력 불확실성 구름 걷히나
일각에선 NH투자증권이 인수금융에 나선 것을 두고 액티스의 자금확보 능력이 증명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현대그룹 측에서 세 차례에 걸쳐 본입찰 결과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도 사모펀드인 액티스에 매각을 진행하려는 데 대한 부담과 이로 인해 추가적인 검토를 하게 됐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당초 파인스트리트 등 다수의 국내 사모펀드들은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혀왔지만 현대그룹이 본입찰 참여를 위한 조건으로 300억원 입찰보증금을 내걸면서 모두 포기하고 물러났다. 반면 액티스는 이 같은 조건을 무난히 충족시키며 유일한 사모펀드 입찰자로 본선에 참가, 다크호스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현재로선 NH증권만이 수면위로 드러났지만 또 다른 연기금 등과 LOC를 체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액티스가 추후 출구전략을 전개할 때 이를 받쳐낼 탄탄한 후원 그룹의 실체가 어느 정도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번 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액티스가 사모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실력도 의지도 탄탄한 것으로 안다"며 "발표 시기가 지연되는 것 역시 액티스가 많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당국과 의견조율 등을 위한 차원에서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현재 검토되는 부분에서 액티스의 실질적 결함 등이 발견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결국 시장 논리로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형 증권사인 만큼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기관으로 인수를 내심 바라겠지만 현대그룹 입장에선 정확한 자금 확보력만 입증된다면 나쁜 시나리오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그룹이 장기적으로 경영 정상화 작업을 마무리한 뒤 현대증권을 되찾아올 계산을 한다면 한국지주나 KB지주에 비해 액티스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 측은 일단 비가격적 요소 산정 등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4월 1일로 또 다시 미뤄놓은 상태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백현지 노희준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