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규제완화도 업권 벽 깨는 방향, 은행·증권·보험 두루 책임져야
[뉴스핌= 노희준 한기진 기자] KB금융지주도 현대증권 인수를 계기로 매트릭스 체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시너지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는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부문인데, 이를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다.
매트릭스 체제는 은행, 증권 등 별도 법인의 최고책임자를 수직적으로 두지 않고 IB, 자산관리 등 사업부문별로 최고책임자를 두는 수평적 체제다.
국민은행은 전귀상 부행장이 이끄는 CIB분야에서 은행, 증권, 자산운용 등 계열사 경영진이 참여하는 '그룹 CIB위원회'를 컨트롤 타워로 만들어 성과를 냈다. 산업은행이 독점하다시피한 CIB분야에서 3조4000억원 규모의 인천국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관련 조달금융에서 눈에 띄는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WM분야 역시 박영태 지주 전무가 이끄는 '그룹WM위원회' 에 은행, 투자증권, 자산운용 임원이 참여해 시너지를 추구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도 김옥찬 KB지주 사장을 위원장으로 그룹 글로벌 관련 경영진이 참석하는 ‘그룹글로벌위원회’가 큰 방향을 그리고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처럼 캐피탈, 카드, 저축은행, 은행의 영역이 충돌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규제를 완화하면서 충돌 부분이 늘어나고 있다“며 ”어느 쪽이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지 지주차원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트릭스 조직체계는 금융지주사의 필요충분조건과 다름없다. KB금융보다 지주사 체계가 확립된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모두 이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자회사간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칸막이를 없애, 각 그룹장이 책임지는 시스템이 보다 낳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하나금융은 김병호 지주 부회장이 그룹총괄센터를 맡고, 유제봉 KEB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이 지주사 부사장을 겸임하며 그룹글로벌총괄 책임자를 한다. 오태균 KEB하나은행 HR본부장이 그룹인사를 총괄하고 서병찬 KEB하나은행 업무지원본부장이 그룹지원총괄(COO)을 도맡는다.
농협금융은 상대적으로 매트릭스 체제에 가장 소극적이다. 금융지주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는 김희석 CIO가 농협생명 CIO를 겸직하면서 그룹 전체의 투자결정을 책임지는 것과 김형열 은행 리스크 부행장이 지주 리스크 관리를 함께 책임지고 있는 정도다.
농협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조직에 매트릭스가 들어오려면 업무의 권한과 책임이 분명해야 하는데 우리 조직 문화나 한국인 정서에는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금융지주사의 벤치마킹 대상이 미국도 이러한 제제로 운영된다. 금융지주사의 정점(頂點)에 회장이 있고, 그 아래 기업·소매·모기지 등 사업분야별로 나눠 집행임원(Manager)이나 최고경영자(CEO)를 두고 있다. 미국에선 금융지주 회장의 권한이 강력하고, 한국식의 '행장'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그룹은 회장이 절대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고, 은행장도 자신의 맡은 업무에 대해서만 책임지는데 가령 리스크 관리 최고책임자의 역할을 행장도 침범할 수 없다”고 말했디.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