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 증시 폭락 사태, 상품시장서 재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투기 자금이 원자재 시장을 달구는 양상이다.
미국부터 유럽까지 노른자위 부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중국 자금이 최근 원자재 시장에 전력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철강부터 열연코일, 면화 그리고 폴리염화 비닐까지 중국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입으로 들썩이는 상황이다. 주요 도시의 증권거래소가 리스크 경고와 거래 수수요 인상 등 투기 세력들을 진정시키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중국 칭다오 항에 수입된 철광석 <출처=신화/뉴시스> |
22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하루에만 콘크리트 보강용 강철봉의 거래 물량이 2억2300만톤을 웃돌았다. 이는 중국이 1년동안 생산하는 물량을 넘어서는 규모다.
올들어 강철봉의 가격은 무려 57% 폭등했다. 지난 3월 철강 생산 규모가 월간 기준 사상 최대 폭으로 늘어났지만 강철봉의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았다.
중국의 경제 지표와 성장 전망이 연초에 비해 크게 개선되면서 투기 세력의 베팅을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이어 원자재 시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투기적인 움직임이 원자재 시장에 걷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 증시가 달아오른 후 5조달러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홍콩의 브로커리지인 보콤 인터내셔널 홀딩스의 하오 홍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투기 세력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며 “지난해 주식시장에서 마진거래로 주가를 띄웠다가 발을 빼면서 폭락을 야기했던 움직임이 원자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과도한 레버리지에 의존한 자산 가격 상승은 단기적인 거품일 뿐 영속적인 탄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최근 원자재 시장의 투기적 움직임은 중국인민은행(PBOC)의 연이은 통화완화 정책으로 풀려 나온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만 1조달러에 달하는 신용이 신규로 집행됐다. 지난 2008~2009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통화완화가 보이차부터 마늘까지 갖가지 상품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던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얘기다.
중국 투자자들의 원자재 베팅은 전반적인 시장 전망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올해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지난 1월 제시했던 4달러에서 3.70달러로 낮춰 잡고, 매출액 예상치 역시 440억달러에서 400억~420억달러로 수정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배경이다. 상품 가격이 밀리면서 관련 장비의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중국 금융당국은 과열 방지에 팔을 걷었다. 상하이선물거래소는 선물 거래 수수료를 인상했고, 다롄상품거래소는 철광석 거래에 대한 증거금 요건을 강화했다. 정저우상품거래소는 면화 선물 매입에 따르는 투자 리스크를 경고하고 나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