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재등장...국제유가 반등·루블화 강세·재정건전성
"외부충격 발생시 취약"...신용평가사 '부정적'
[뉴스핌 = 김지완 기자] “러시아 국채에 투자하면 최대 20%+⍺(알파)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국제 채권시장에 러시아 국채가 3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28일 현재 러시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 9.23%에 이른다. 지난해 폭락했던 루블화도 강세로 전환하고,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면서 정부부채비율이 20%에 불과한 러시아의 인기가 높아진 것. 신흥국 가운데 드물게 경상수지 흑자국이란 점도 매력이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는 연초부터 재정지출을 줄이는 ‘재정건전화’를 실시해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38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가 디폴트를 막아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도 국제 채권시장에서 발행에 성공해 채권수요 부진에 대한 우려도 사라졌다.
유동원 키움증권 WM팀 팀장은 “저유가 상황이 앞으로 10년간 지속돼도 러시아 정부부채는 50%에 불과하다”면서 러시아 펀더멘털이 우수함을 강조했다.
아나스타샤 아모로소(Anatasia Amotoso) JP모건 펀드글로벌마켓 스트래지스트는 “저유가 상황에서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달리 러시아 국영에너지 기업의 현금유동성은 우수했다”고 진단했다.
◆ “루블화 10%이상 상승할 것“ VS "55~80 달러/루블 구간 반복할 것”
국내 전문가들의 러시아 국채에 대한 시각은 긍정과 신중으로 나뉜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채권 투자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됐다”며 “9%대의 금리매력도 높은 만큼 장기투자로 접근해달라”고 조언했다.
그는 ▲러시아 경제성장률 마이너스폭 감소 ▲물가 상승폭이 축소 ▲루블화 강세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루블/달러 환율 전망치를 60~62달러를 제시했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는 "루블/달러 환율을 60달러 이하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금리만 놓고 투자한다면 장기투자가 맞지만 자본이득·환차익을 노린다면 투자기간 설정은 1년이내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방 경제재제와 저유가 상황에서 재정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며 “루블화 80달러에서 55달러 밴드에서 움직임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 채권은 한국 금융회사에게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고금리를 노리고 러시아 채권에 투자했다가 1998년 러시아 정부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 선언으로 큰 손실을 봤다.
러시아 루블화는 지난 2014년에도 한해동안 40% 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러시아 전체수출의 68%, 재정의 50%를 차지하는 석유가스 값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러시아에서 대규모 외국인 자본 이탈이 발생해 루블화 폭락과 수입물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물가상승률이 17% 가까이 상승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7%까지 높였다. 외부 환경에 의해 취약한 경제구조인 셈이다.
신환종 연구원은 “중앙은행이 비독립적인 러시아는 물가상승률 목표설정 부재와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며 “외부충격 발생시 인플레이션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러시아 국채의 전망을 부정적(Negative)를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한 것은 피치(BBB-) 뿐이다. S&P(BB+)와 무디스(Ba1)부여해 투자부적격 채권으로 분류했다.
최근 세계은행·IMF는 러시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7%와 -1.0%에서 각각-1.9%, -1.8%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러시아의 3월 인플레이션은 7.3%로 지난해 12월(12.9%)보다 5.6%포인트 감소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