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유로 채권 발행 급증 탓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의 투기등급 기업들이 자금줄을 찾아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유럽 정크본드 시장의 발행액이 대폭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을 견제한 미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찾아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유로화와 달러화 <출처=블룸버그통신> |
2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이달 유럽의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26억유로(30억달러로 전월에 비해 무려 61% 급감했다.
알티스와 리버티 글로벌이 각각 120억달러와 7억5000만달러의 자금을 회사채 발행 및 여신을 통해 확보하는 등 유로존의 투기등급 기업들은 이달 들어 달러화 회사채 발행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수위를 연이어 확대, 회사채를 자산 매입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달러화 자금 조달의 비용이 유리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얘기다.
실제로 달러 자금을 유로화로 전환하는 데 발생하는 비용이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ECB의 부양책 확대에 유로존의 채권 발행 수익률이 5% 아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달러화 자금 조달이 유리하다는 것.
5년 만기 유로/달러 통화스왑 금리는 지난달 11일 달러 리보 금리보다 56bp 아래로 떨어진 뒤 완만하게 반등, 최근 45bp 밑도는 상황이다.
디아무드 투미 도이체방크 하이일드 자본시장 헤드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스왑 금리가 유로화보다 달러화 자금 조달에 유리한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니엘 래니 JP모간 신용 전략가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의 경우 달러화로 회사채를 발행한 뒤 이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며 “ECB의 통화완화 기조에 금리가 바닥권으로 떨어졌지만 기업들이 달러 표시 채권 발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을 피하기 위해 유로화 채권 발행에 앞다퉈 나선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업들이 발행한 유로화 표시 회사채 물량은 736억달러에 달했다. 애플부터 코카콜라까지 미국 간판급 기업들은 ECB와 연준의 통화정책 탈동조화를 빌미로 유로존으로 몰려들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화 스왑금리가 일정 폭 상승할 때까지 최근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준이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로 일보 후퇴한 데 따라 미국 기업들의 유로화 표시 채권 발행이 한풀 꺾일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