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유통부장]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16일 오후 성년후견인 정신 감정을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앞으로 2주간 정신 건강과 판단력에 대해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입원 현장에는 신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함께 했다. 지난주 금요일(13일) 일본에서 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진 신 전 부회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부인과 함께 신 총괄회장을 보좌했다.
서울가정법원은 서울대병원의 정신감정 결과를 토대로 오는 6월 중순경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 재판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성년후견인 지정이 여론의 관심을 받는 것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장남인 본인을 후계자로 지정한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줄곧 주장하며, 총괄회장 명의의 위임장과 소송을 다수 펼쳐왔다.
이에 따라 만약 법원의 판단으로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일부라도 문제가 있다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경영권 분쟁은 완전히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오는 6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병원으로 향하는 신 전 부회장의 표정은 복잡다단한 그의 심경을 대변하고 있었다.
성년후견인 지정을 법원에 신청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과 부인 등 가족들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 하지만 성년후견인 지정은 장남의 반대로 인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
신 전 부회장은 오는 6월 일본 정기 주총에서 다시 한번 신 회장 등 현 롯데 경영진을 해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롯데 OB모임을 발족하고, 신 총괄회장의 추가 영상을 공개 하는 등 일본 종업원지주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에게 6월 이전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인 지정이 마무리가 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 실제로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5월 초로 예정되어 있던 입원 감정을 2주간 미루기도 했다.
세간에서는 이번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과정을 보며 아버지와 그의 재산을 가운데 둔 형제간의 다툼이라는 그림을 떠올린다. 정신 감정을 위해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키는 모습이 그리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신 총괄회장의 이번 입원이 장남과 차남의 경영권 분쟁에 따른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씁쓸한 창업주의 말년을 보는듯해 안타깝다. 이제라도 개인의 욕심보다는 재계 5위의 롯데를 키워낸 신 총괄회장의 명예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유통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