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펀드 부진 속 ETF·헤지펀드 등 전략 부재
e단기채펀드 등 올해들어 분위기 반전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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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백현지 기자] 국내 최초 투자신탁사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끝모를 부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삼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등과 어깨를 견주던 과거 명성은 어느새 추억이 됐고 중형사 행렬에 들어선 지 수년째다.
특히 한국투자증권, 한국밸류자산운용,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한국금융지주 여타 계열사들이 치열한 생존전략을 펴는 가운데 한국운용만이 이렇다 할 전략 없이 쪼그라든 상황. 이미 한화와 KB, 신한BNPP운용에도 뒤쳐지며 업계 6위 수준으로 밀려났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운용의 운용자산(AUM)은 37조2300억원으로 업계 6위 수준이다. 삼성운용, 미래에셋운용은 물론 KB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에도 밀렸다.
최근 3년 순이익 기준으로 보더라도 2013년 29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4년 250억원, 2015년 268억원으로 뒷걸음을 치는 형국이다. 내부에서조차 인당 생산성 기준으로도 중대형사 대비 부진한 수준이라는 쓴소리마저 흘러나올 정도다.
한국운용의 이 같은 부진은 지난 2008년 즈음부터 시작됐다. 운용사 주력 상품들이 액티브펀드에서 패시브펀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내 존재감 확보에 실패했고 간판펀드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 탓이 컸다.
10년 넘게 간판펀드 자리를 지키는 '네비게이터'를 제외하고 자금 유입과 수익률이 부진하다. 지난 2004년 설정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상장과 주가 급등에 주목받아온 '삼성그룹 증권펀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투자 삼성그룹 증권펀드1호'는 최근 1년 수익률이 -16.29%로 같은 기간 벤치마크(-8.14%)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지난해 1월 조홍래 신임 사장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조 사장은 취임 당시 대안투자와 연금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존 펀드수익률 제고와 중위험·중수익 중심의 장기펀드라인업 강화, 외부투자전문가(OCIO) 역할 등도 과제로 꼽았다.
조 사장은 한투운용의 또 다른 대표펀드 '한국의 힘' 운용역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한때 1조3000억원까지 수탁고를 늘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기도 했지만 이후 수익률이 급락했던 펀드다.
물론 국내 펀드시장에서 액티브 주식형펀드 자금 유출은 한국운용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운용은 대안상품으로 내놓은 펀드들마저 흥행에 실패, 안팎에서 전략 부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에너지 개발 인프라에 투자하는 마스터합자회사(MLP) 역시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유가 급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ELS지수연계솔루션펀드 역시 H지수 급락과 함께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현재로선 경쟁 운용사들에게 뺏긴 ETF에서 주도권을 찾아오기도 힘겨워 보인다. 한국운용은 ETF시장 초기 플레이어로 참여해 'KINDEX' 브랜드로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뿐 아니라 한류, 골드선물레버리지 등 신상품을 꾸준히 내놨지만 현재 한국운용의 ETF 시장점유율은 5.67%. 순자산(NAV) 규모로 1조2300억원에 그치고 있다.
절대수익형 상품을 중심으로 한 한국형 헤지펀드시장에서도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저변동성 펀더멘털롱숏 전략 상품으로 견고하게 터를 잡은 것과는 달리 한국운용은 2013년 청산 이후 손을 놓은 상태다.
다만 최근 한국운용이 바닥다지기에 나서며 해결의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가는 모습이다.
조 사장의 취임 전략으로 내세웠던 연금부문 확대는 지난해 10월 '퇴직연금마케팅부문'을 신설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체 한국운용 퇴직연금 순자산은 7317억원으로 1년간 4265억원 증가했다.
단기 부동자금을 흡수하는 '한국투자e단기채'펀드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하루에만 4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며 50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운용 관계자는 "작년에 사장이 바뀌고 내부적으로 정비해가는 과정에 있다"며 "몇년간 업계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올해부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답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