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만 30여곳…롯데 컨트롤타워 업무 기능 마비
[뉴스핌=강필성 기자] 검찰이 롯데그룹의 계열사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15곳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그룹이 마비상태로 치닫고 있다. 지난 10일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7개 계열사와 10개 임원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나흘만에 롯데 계열사 10여개와 임직원 자택 등이 추가로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로써 압수수색을 당한 롯데그룹 계열사와 임원 자택은 30곳을 훌쩍 넘게 됐다.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14일 오전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곳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롯데건설을 포함한 일부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와의 자산거래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2차 압수수색까지 포함하면 이달들어 롯데그룹이 압수수색을 당한 계열사와 임원 주거지를 포함하면 30개를 크게 넘긴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면세점 입점 로비와 관련 호텔롯데, 롯데장학재단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10일에는 롯데그룹의 중추인 롯데정책본부를 포함 1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10일 검찰이 롯데그룹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 경영진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 관계자가 박스를 들고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상황이 이쯤되니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롯데정책본부의 기능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미 롯데정책본부의 핵심인 이인원 부회장(정책본부장)과 황각규 사장(운영실장)은 주요 수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수사에 앞서 해외 출장을 떠났다.
하루가 다르게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도 적잖은 혼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을 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는 잠정 중단된 상황. 호텔롯데 측은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텔롯데 상장을 디딤돌로 상장을 준비해온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중단된 상황. 재추진 일정조차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롯데그룹 전언이다.
더불어 롯데케미칼은 미국의 화학회사 액시올에 대한 인수도 철회됐다. 롯데가 직면한 국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악재는 이뿐만 아니다. 하반기 시내면세점 입찰을 위해 총력전을 준비하던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역시 잇따른 압수수색에 적잖은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특히 비리에 대한 사안은 심사평가에서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 때문. 하지만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경영의 큰 그림은 최근 검찰 수사로 인해 후순위로 밀린 상태다.
올해 말 완공을 앞둔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역시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가습기 살균제 건으로 구속되면서 공사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도 미지수가 됐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이번 검찰의 수사 본격화 되면서 롯데그룹의 경영 현안 중지 역시 자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미 롯데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가시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롯데그룹의 10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약 2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