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현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투자팀장
[뉴스핌=김지유 기자] 매주 시나리오를 놓고 회의를 하는 은행원들이 있다. 계장부터 차장, 팀장, 부장까지 직급도 다양하다. 하지만 회의실에 들어 서는 순간 계급장을 떼고 테이블에 앉는다. 읽고 온 영화 시나리오에 대해 각자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고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얘기다.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는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핫(hot)'한 곳이다. 손을 대는 영화마다 대박행진이다. 오죽하면 '히트(hit)할 영화를 알고 싶다면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를 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5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문화콘텐츠금융부 투자팀을 이끌고 있는 이동현 팀장을 만났다. 최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서다.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1주일여만에 관객수 416만5144명(4일 기준)을 넘어서며, 손익분기점(관객수 450만명) 달성을 앞두고 있다.
◆매주 시나리오 관련 부서회의…다양한 의견 수렴
"혼자 진행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응하며 이 팀장이 처음 언급한 말이다. 그 만큼 돈독한 팀워크로 일한다. 1주일에 1번 시나리오 내용을 놓고 계장부터 부장까지 전 부서원 간 '난상토론'을 벌인다. 최소 수억원의 거액 투자금이 걸린 만큼 다양한 의견 수렴과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배우 박철민, 이정재, 이범수, 이재한 감독, 배우 진세연, 정준호, 제작자 정태원 대표(왼쪽부터)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금융권 최초의 문화콘텐츠금융부…"부가가치 높고 고용창출 커"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제작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는 기업은행의 오랜 거래 고객이자, 영화나 드라마 제작 경험이 많은 곳"이라며 "리암 니슨, 이정재, 이범수 등 훌륭한 영화배우가 등장하는 데다가 영화 소재가 국민들이 호기심을 갖고 볼 만한 내용이어서 흥행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자본금은 7억원. 인천상륙작전에는 제작비 160억원이 들어갔다. 그 중 기업은행이 인천상륙작전에 투자한 금액은 총 26억원. 게다가 직접 투자 주관사로 나서 투자자까지 모집했다. 그룹 계열사 IBK투자증권은 크라우드펀딩을 제작해 총 5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들었다. 지난 2012년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기업 지원 조직이 결성된 것이 시작이다. 권선주 은행장은 하나의 '팀'에 불과했던 이 조직을 2013년 '부'로 격상했다.
이 팀장은 "문화콘텐츠사업은 제조업만큼이나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중소제작사의 경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 적다"며 "기업은행 설립취지에 맞게 중소제작사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영화부터 게임까지…다양한 분야 직·간접 투자
기업은행은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콘텐츠사업에 투자 중이다. 영업점에서는 '문화콘텐츠특화 대출'도 취급하고 있다. 이 팀장은 "영화, 드라마, 공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에 직·간접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그 중 영화투자가 제작비가 크고 마케팅이 활성화돼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잘 알려져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은행원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흥미롭게 바라 본다"며 "작품에 기업은행 로고가 찍혀 관람(방영)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영화관을 찾을 때 예전 처럼 관객 입장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하기가 어려울 뿐"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기업은행은 향후에도 문화콘텐츠분야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콘텐츠의 기획, 제작, 마케팅 등 단계별 맞춤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 팀장은 "단기적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며 "특히 중소기업 콘텐츠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 개봉(방영)예정인 기업은행 투자 영화나 드라마로는 SBS의 드라마 닥터스 후속편으로 나올 '보보경심려(아이유·이준기·강하늘 출연)', 영화 중에서는 올해 개봉 예정인 일제강점기 배경의 '밀정'(송광호·공유 주연), 지능범죄수사대와 사기범 이야기인 '마스터'(이병헌·강동원 주연), 볼링천재 이야기인 '스플릿(유지태·이정현 주연)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뉴스핌 Newspim] 김지유 기자 (kimji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