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시군 36명 대상…"장사 밑천 뺐겼을 때 정권에 불만"
[뉴스핌=이영태 기자] 북한 주민들이 배급제도 붕괴와 블랙마켓이라 불리는 '장마당' 통제 등 경제활동 규제에 상당한 불만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시와 통제가 엄격한 북한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한 외국기관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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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주민 여론조사 개요.<이미지=CSIS 홈페이지>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4일(현지시각) 북한 주민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일반 서민들의 생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홈페이지(http://beyondparallel.csis.org)에 발표했다. 부제는 '부족한 식량배급, 시장활동 금지, 정부에 대한 분노 증가(Meager Rations, Banned Markets, and Growing Anger Toward Government)'다.
CSIS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평양시와 청진시, 강원도 등 9개 시도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 36명으로, 나이는 28세부터 80세까지다. 성별로는 남성이 20명, 여성이 16명이며 직업은 노동자, 의사, 자영업자, 주부, 공장일꾼, 이발사, 요리사, 사우나 직원 등이다. CSIS는 북한 내부에서 이러한 조사가 실시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시기와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사결과를 보면 북한 주민들은 사회주의 낙원에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배급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경제활동을 방해할 때 가장 큰 분노를 나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서 북한의 배급제는 완전히 붕괴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 배급제가 양질의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는가"라는 질문에 설문에 참여한 북한 주민 36명 중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한 명만 1990년대에 충분히 받았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당국의 어떤 행동에 가장 반감을 가지는가"란 질문에는 "장사 밑천을 보안서에 빼앗겼을 때", "일반 서민들의 생활은 누구도 돌보지 않을 때", "장사죄로 교화소에 끌려 갈 때", "강압적인 동원, 세외 부담, 노임 미달" "재산 몰수, 교화소 수감" "배급 중단과 세외 부담" "생활상의 불편, 정전과 수돗물 단절" 등의 답변이 나왔다.
또 많은 응답자들은 2009년 11월 단행된 화폐 개혁 당시 당국에 가장 화가 났었다고 지적했다. CSIS는 "화폐 개혁에 대한 반감은 2011년 한국 통일연구원이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
CSIS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내용 중 비공식 시장, 물물교환, 외부정보, 통일 등에 대한 결과도 취합해 앞으로 네 차례에 걸쳐 더 소개할 예정이다.
CSIS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 내부에서 여러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경력이 있는 단체에 조사를 위탁했다"며 "해당 단체와 응답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CSIS가 설문조사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북한 내부의 9개 지역에서 조사가 이뤄진 점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 연구원은 "이번 여론조사는 제3국의 탈북자들을 상대로 과거에 이뤄진 조사들과 비슷한 결과를 냈다"며 "다만 최초로 북한 내부에서 직접 북한 주민들의 입을 통해 체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점이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