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금리 이어 연체율 점검…사실상 인하 압박
[뉴스핌=송주오 기자] “연체 이자율도 내리겠다는 거겠죠. 말이 점검이지 인하하라는 메시지죠.”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연체 이자율 산정 체계 점검 방침에 이같이 푸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말 가산금리 체계를 점검해 금리를 낮추도록 사실상 압박한 데 이어 올해는 연체 이자율을 목표로 삼았다. 당국이 가산금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은행은 졸지에 폭리를 취하는 집단으로 낙인 찍혔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이 될 거라는게 금융권의 예상이다.
민간주도의 금융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금융당국이 왜 이러는 것일까? 금융권에선 1300조원에 이른 가계부채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하락하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때는 부담이 적었으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이 재작년과 작년에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올해 2~3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금리도 요동치고 있다. 금융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9월 1일 1.42%에서 11월 30일 1.94%로 뛰었다. 그러자 가계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같은 기간 0.46%에서 0.54%로 0.08%p 상승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당국이 연체 이자율을 손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 대응책에 불과하다. 금리는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연체율 조금 낮춘다고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될 수 없다. 오히려 당국의 눈치를 보며 금융회사들이 위험 관리를 느슨하게 한다면 더 큰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더욱이 금융회사의 금리 책정은 금리자유화 조치 이후 금융사의 영역이었다. 금리자유화는 1988년 만기 2년 이상의 장기수신 금리에 대한 최고이율 규제 철폐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돼왔다. 2004년 요구불예금과 기업자유예금 등에 대한 금리 규제가 철폐되면서 금리책정은 온전히 금융사의 몫으로 이관됐다. 금융당국이 “구조의 합리성 여부”를 강조한 배경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라는 목표를 위해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시키는 것은 아쉽다. 가계부채의 자연스러운 연착륙도 인위적인 관의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옳다. 서민금융 정책을 강화해 제도적으로 곤란한 차주를 구제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시장의 자정 능력을 믿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당국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