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사업 수주잔액 13조에서 1년새 10조로 급감..올해도 수주계획 미정
경쟁사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 장악..수주전 참여해도 승리 장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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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건설사 시공능력 1위 삼성물산의 주택사업 수주 잔액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근 3년간 신규 수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재건축 수주 계획도 결정하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해외사업 부진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건축 공사 수주에 적극적인 것과 딴판이다. 그동안 수주 이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이던 물밑 영업도 나서지 않아 신규 수주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작년 말 기준 주택사업 수주 잔액이 10조1860억원으로 전분기(12조3330억원) 대비 17.4% 감소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평균 13조원대 수준의 수주 잔액을 유지했다. 지난 2014년 4분기 13조1810억원, 2015년 4분기 13조29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3분기에는 12조3330억원으로 줄더니 4분기에는 10조186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이 회사는 3~4년 간 주택사업에서 주로 재건축 시공만 참여했다. 주요 타깃은 삼성그룹 서초사옥 일대와 강남 한강변 아파트다. 하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사라졌다. 지난 2015년 12월 서초사옥 주변 단지인 서초 무지개아파트가 마지막으로 입찰에 참여한 단지다. 여기서 GS건설에 패한 후 시공권 시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주택사업 수주 잔액은 조만간 9조원대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서울 강남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단지에 입찰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
강남권 주요 재건축 중 반포주공 1.23구주와 4주구, 서초 신동아 1·2차, 방배 13·14구역 등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반포 재건축 한 조합 관계자는 “'오는 4~5월 건축심의 이후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데 대형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GS건설 등과 비해 삼성물산은 시공권 참여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라며 “최근 강남권에서 재건축 신규 수주가 없다 보니 조합원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장, 조합원들과 활발히 교류하던 '물밑 작업'도 사라진 지 오래다. 한창 활발히 수주하던 지난 2000년대 초중반 사업성 검토 이전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물밑에서 영업하던 것과 차이가 크다. 정부와 서울시 등은 조합원과 시공사 간 비리를 없애기 위해 사전 홍보를 제한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꾸준히 조합원들과 우호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주 경쟁력도 문제다. 지난 2014년 12월 주택사업부가 빌딩사업부로 통합됐고 작년 9월에는 주택사업본부가 팀으로 축소했다. 영업 인력을 20~30% 줄이고 다른 부서로 재배치했다. 신규 영업에 공을 들이지 않겠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이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공격적인 재건축 수주에 나서면서 삼성물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래미안’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이 아직 최상위이지만 영업력, 시공기술, 브랜드 선호도 등에서 과거처럼 경쟁사를 압도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영업을 위한 마케팅 비용도 사실상 배정하지 않아 삼성물산이 영업을 강화해도 당분간 신규 수주가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주춤하는 사이 현대건설 '디 에이치'와 대림산업 ‘아크로’ 등 경쟁사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남권 시장을 장악하는 분위기”라며 “삼성물산이 올해 재건축 최대어인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반포1·2·4주구)와 서초사옥 앞 단지인 신동아아파트 시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신규 주택 시업을 철수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신규 수주가 없었지만 사업성 검토는 꾸준히 하고 있다”며 “향후 상징성이 있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장은 시공사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