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돌아가고 싶은 나의 어느 날이라…. 처음 연기 시작한 날이요. 오로지 연기가 재밌어서 단역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였어요. 그래서 그땐 아무 생각이 없었죠(웃음).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만의 소중함을 마음껏 느끼고 싶어요.”
배우 천우희(29)가 신작 ‘어느 날’로 극장가를 찾았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을 보게 된 남자와 뜻밖의 사고로 영혼이 돼 세상을 처음 보게 된 여자가 서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천우희가 열연한 캐릭터는 미소.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후 영혼이 돼 깨어난 인물로 강수(김남길)에게만 자신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졸졸 쫓아다닌다.
“사실 처음부터 고민이 많았죠. 아무래도 영화 속 인물, 가상의 느낌이 강한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출연도 주저했고요. 전 미소가 살이 닿는 느낌이길 바랐는데 이미지로만 캐릭터가 보였던 거죠. 근데 또 보면 이 친구가 영혼이지만, 느끼는 감정은 인간적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친근한 느낌으로 만들자 싶었죠.”
이후 천우희는 본격적으로 미소를 ‘천우희화’ 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캐릭터의 말투, 행동 등에 실제 천우희를 입히며 미소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를 땅에 붙인 것. 동시에 가냘픈, 여린, 청순한 등의 단어와 한데 쓰이는 획일화된 여주인공 캐릭터에 차별성을 줬다.
“대사도 문어체가 많아서 어떻게 평범하게 바꿀까 많이 고민했죠. 그러다 제 말투를 묻혀서 캐릭터화시키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만 너무 현실 말투를 쓰면 캐릭터가 깨지니 두 가지를 중첩하자고 생각했죠. 줄타기를 잘 해보자는 심정이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동시에 전형적인 여주인공 이미지도 깨고 싶었죠. 제가 하는 거니까 최대한 저답고 싶었어요.”
미소를 그리면서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하나, 시각장애인 설정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천우희는 흉내 내기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분석과 준비의 시간을 거쳤다. 하지만 막상 그들을 마주하니 생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다른 작품에서 보면 다 비슷하게 그려지잖아요. 제게도 어떤 이미지가 있었고요. 근데 직접 만나고 나서 모든 편견이 무너졌죠. 아예 시선이 달라졌어요. 그때부터는 시각 장애인이라는 설정이 하나의 캐릭터라기보다 그냥 그 캐릭터가 가진 성향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기질이나 천성처럼요. 그래서 오히려 그 설정을 배제하고 연기했죠.”
결국 이번에도 쉽지 않았다. 모처럼 만의 밝은 캐릭터라 수월한 작업이었겠거니 했지만, 아니었다. 애잔한 눈빛을 읽은 그가 “원래 사람 웃기는 게 제일 힘들다고 그러지 않느냐. 다 캐릭터마다 고충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저도 밝고 재밌는 캐릭터가 쉽다고 생각한 적도 있죠. 근데 또 그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연기는 뭐든 쉽지 않으니까(웃음). 물론 그럼에도 이제는 더 밝은 역할도 하고 싶어요. 예전에는 혹시나 관객이 거부감이 들까봐 걱정됐거든요. 하지만 근래 든 생각이 그래도 하고 싶은 연기는 해보자는 거였죠. 누군가에게는 그 작품이 저와의 첫 만남일 수도 있잖아요.”
그리하여 천우희가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액션과 멜로. 지금까지는 연이 닿지 않았던 장르지만, 기회가 온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저는 지금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욕구도 크죠. 하지만 같은 이유로 너무나도 감사한 타이틀과 기대가 부담되기도 해요. 혹시라도 스스로 그 안에 갇힐까 봐요. 그래서 최고의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되 때로는 여러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먼 훗날 나이가 들어서 그 많은 것이 당연시 받아들여질 때까지(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