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차·명품 구매 대신 ‘건강·취미·오락·여행’에 투자
고급디저트 인기, 호텔 딸기뷔페 1주일前 예약해야
낮아진 자존감 높이고 스스로 만족 소소한 ‘탕진잼’
[뉴스핌=황유미 기자] 신촌의 한 대학교에 입학한 신모(여·20)씨는 올해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1주일에 한두번 학교 앞 화장품 매장을 들러 1만원 내외의 립글로스, 아이섀도 등을 사 모으는 것이다. 신씨는 "큰 돈 들이지 않는데도 만족감은 상당한 것 같다"며 "화장대를 채워가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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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작은 사치'가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작은 사치는 해외 명품 등의 구매 후 과시하는 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구매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만큼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가 제품을 살 수 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필품 구매에 집중하게 된 것이 작은 사치의 시작으로 분석된다.
작은 사치가 활발한 분야는 건강·취미·오락·액세서리·여행 등이다. 최근 2030 젊은층들이 피규어를 사 모으거나 몇 만원 하는 디저트 뷔페를 찾는 것도 이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남자 친구와 함께 주말에 디저트 카페를 찾아다니는 김모(여·28·제약회사 근무)씨는 "케이크 전문점이나 호텔 베이커리를 주로 찾는데 한 조각에 보통 8000~9000원, 비싼 건 1만원이 넘을 때도 있다"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기분전환으로 주말에 종종 (케이크 전문점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특급호텔에서는 봄철 '딸기뷔페'를 내놓고 있다. 성인 1인당 가격이 4만~6만원에 달하지만 20·30대 젊은층 사이에서는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원하는 날짜에 뷔페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운동, 여행 등 취미생활에 투자하는 이들도 있다. 운동복이나 장비 등을 구매하면서 만족감을 느끼거나, 여행을 하면서 숙박만큼은 좋은 호텔을 찾는 게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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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강사로 일하고 있는 정모(여·33·경기도 안양)씨는 "제주도, 여수 등 국내여행할 때 다른 것은 아끼는 편이지만 숙소에만큼은 돈을 쓴다"며 "별 다섯 호텔에서 하룻밤 정도 묵는데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요즘 유행하는 인형뽑기 게임의 인기도 '작은 사치'로 볼 수 있다. 적은 비용을 들이면서 재미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이나 학생들 중 3000원, 5000원 상한 금액을 정해놓고 매일 인형뽑기 가게를 찾는 이들도 있다.
작은 소비 현상은 가계지출에서 오락·문화와 의류·신발 소비가 늘어난 것에서 확인 가능하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에서 의류·신발과 오락·문화에 소비한 평균 금액은 30만7616원이었다. 2008년 24만257원에 비해 증가했다.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했다. 지난해 가계지출에서 의류·신발과 오락·문화 소비가 차지한 비중은 9.15%였다. 2008년 8.8%에 비해 높다.
전문가들은 경기불황으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비라는 것이 약간의 자존감을 성취하게 한다"며 "경제적으로 풍족했던 시대는 큰 소비가 가능했지만, 지금 전체적으로 경기가 어렵기 때문에 작은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작은 사치가 쌓이면 결국 큰 소비가 되기 때문에 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