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보험금 타내는 장기손해보험사기 급증
전체 증가율의 4배, 사기 금액만 2429억원
생계형 사기? 전문브로커에 조폭까지 합세
[뉴스핌=김기락 기자] #1. 비의료인 A씨 등 2명은 속칭 ‘사무장병원’을 개설하고 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환자를 유치한 뒤,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환자들에게 허위 진단서, 진료기록부, 입·퇴원확인서를 발급했다.
환자 130여명은 허위 병원서류를 근거로 7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A씨 등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 명목으로 약 6억3000만원 속여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 기초생활수급자 B씨는 한달 동안 입원 시 하루에 최고 73만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9개 보험회사에 가입한 후, 질병 정도를 과장하거나 허위통증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장기 입원이 가능한 12개 병원을 돌며 952일간 입원했다.
B씨는 보험회사로부터 3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그는 억대의 보험금 등을 타인 명의 계좌로 수령하면서 재산이 없고, 병으로 경제활동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가장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역시 검찰 송치.
장기손해보험이 보험 범죄에 악용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이 최근 발표한 ‘2016 범죄백서’에 따르면 질병 또는 상해에 따른 병원비 관련 사기가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무연수원은 이번 범죄백서를 발간하며 ‘보험 범죄의 발생 실태와 대책’ 특집판을 별도 구성했다. 2015년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은 65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장기손해보험 사기 금액은 2429억원으로, 35.4% 늘어났다. 평균 증가율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어 손해보험(10.5%), 자동차보험(2.2%), 생명보험(1.6%) 순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은 당초 입원비 등 손해에 대한 비용을 대신해주는 보험이지만,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보험처리가 가능해진 만큼 범죄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기 유형은 허위사고가 가장 많았다. 허위사고에 따른 보험금은 4963억원으로, 75%를 차지했다. 고의사고는 975억원, 피해과장 사고는 35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허위 및 과장사고의 경우, 사고내용조작이 약 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생명보험 및 장기손해보험을 이용한 사기비중이 확대되면서, 고액의 입원보험금 등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가 하면, 최근 BMW 등 중고 수입차를 이용해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억대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2002년식 400만원 짜리 BMW를 구입해 40여차례 고의로 접촉사고를 일으킨 후 보험금 1억8000만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오래된 수입차의 수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사법당국은 보험범죄가 생계유지를 위한 단순 범죄에서 보험전문브로커, 조직폭력배에 의한 조직적 범죄 등으로 기업화·지능화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의료인과 정비업자 등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들이 보험사기범과 결탁하는 지능범죄가 심각해지는 탓에 환자 등 일반 소비자들까지 사기 혐의에 연루될 환경이 돼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집편을 구성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신의기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기 방법도 더욱 지능화되어 병원사무장 및 보험설계사 등이 브로커 역할을 주도하는 조직적 보험사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 이 유형의 보험사기가 줄어들지 않는 원인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신 연구위원은 이 같은 보험범죄 대책으로 ▲양형 개선 ▲조사시스템 개선 ▲개인정보 공유 문제 해결 ▲보험금 목적의 살인과 피보험자 보호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